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력인 가전 사업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CES 2025에서 '모빌리티 경험(MX) 플랫폼'을 선보였다. MX 플랫폼은 차량 내부 공간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AI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조합해 만든 이동식 맞춤 공간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생성형 AI가 고객과 교감하는 AI홈 시대를 선언하며 궁극적으로 이 AI홈을 상업, 모빌리티 공간 등 고객이 머무르는 모든 장소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X 플랫폼은 거실, 드레스룸, 침실, 주방 등에 있는 홈 가전들을 하나하나 모듈처럼 조합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모빌리티 공간을 제공한다. 일례로 MX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은 독서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취미·취향 공간 등 다기능 공간으로 변모하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만명 이상의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 자동차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고객이 자동차에 대해 '놀고 머물고 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에 맞춰 MX 플랫폼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첨단 모빌리티 기술인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도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관람객들에게 미래 모빌리티 경험과 주행 트렌드를 선보이기 위해 회사 부스 내에 인캐빈 센싱 솔루션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솔루션은 주변 사물, 사람, 신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과 카메라·센서로 수집한 차량 내 정보로 주행 중 외국어 교통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거나, 운전자의 졸음 감지, 실시간 심박 수 측정 등으로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을 준다.
CES 2025를 통해 모빌리티 기술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실제 행사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자율주행 및 AI 기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뿐만 아니라 항공, 해양, 건설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공개한 'CES 2025 프리뷰' 보고서를 보면 하드웨어 및 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3597조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7070조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가전 브랜드로 불리던 LG전자가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모빌리티 기술을 전 세계 무대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가전 사업의 어려움이 이어짐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3년 4분기(1177억원) 대비 약 86%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해상운임 강세,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iM증권은 LG전자의 지난해 운반비가 전년 대비 18% 늘어난 3조1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이 보다 높은 3조400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상향도 우려 요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전 사업의 경우 관세 부과로 인해 판매 가격을 올릴 경우의 소비 둔화 또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