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전에 없던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과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CEO는 현지시간 8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경영현황을 진단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회복 지연은 장기화되는 데 반해 트럼프 2.0을 필두로 한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 등 지경학적(Geo-economic)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와 경쟁 패러다임은 가격에서 기술 경쟁으로 고도화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전자는 2030 미래비전 달성이라는 전략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에 맞춰 실행 전략을 재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전사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기회가 시장과 고객에 존재한다"며 “변화의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을 차별적 고객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업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2030 미래비전은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조 CEO는 지난 2023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지향적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2030 미래비전에는 Non-하드웨어(HW),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 성장동력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매출액 100조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최근 주목받는 구독 사업에 힘을 싣는다.
구독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가격 위주이던 기존 경쟁구도를 탈피해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고객은 초기 구매부담을 낮추고, 생활 패턴에 맞춰 원하는 기간만큼 제품을 사용하고 사용 기간 제품에 최적화된 케어서비스 등을 받아볼 수 있다.
LG전자는 구독 사업의 핵심인 방문 케어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에 이어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시장 저변 또한 본격 확대한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액은 직전 년도 대비 75% 이상 성장해 2조원에 육박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의 3배 이상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한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에도 집중한다. 2030년까지 매출액 규모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사 영업이익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모델로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은 전 세계에 판매된 수억 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고객에게 콘텐츠,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스마트 TV 운영체제 webOS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콘텐츠 사업이 대표적이다. webOS 광고·콘텐츠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당초 목표한 1조원을 넘겼다.
조 CEO는 “올해부터 webOS는 TV, I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여러 기기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이자 옥외 디지털 광고 영역까지 저변을 확대해 실내·외를 아우르는 '통합 미디어 광고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G전자는 AI 시대 고속 성장이 전망되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HVAC 사업 가속화를 위해 올해 전담 ES(Eco Solution)사업본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LG전자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미래 성장 차원의 투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계획 중인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투자 외에도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 미래성장 가속화 차원의 전략투자 재원 또한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조 CEO는 이번 간담회에서 주력 사업인 가전·TV 부문의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보다는 구독, webOS, B2B 등 신사업 중심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로 LG전자는 가전 및 TV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요국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가 강조하는 B2B 사업 역시 아직은 전체 매출의 3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력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장사업의 경우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 현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