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보유 중이던 베트남 최대 그룹사인 빈그룹의 지분 1.33%를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주가가 인수 당시 주가 대비 60%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빈그룹은 SK 자회사인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II'가 보유한 빈그룹 주식 5080만주(1.33%)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액면가 기준으로 약 5081억동(약 2003만 달러) 규모며, 실제 거래대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매각 기간은 오는 1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다. SK의 빈그룹 지분율은 기존 6.05%에서 4.72%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매각으로 SK는 빈그룹의 주요 주주 명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2023년 말 기준 SK는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 팜녓브엉 회장, VMI JSC에 이어 빈그룹의 4대 주주였다. 빈그룹은 SK측 이사회 대표였던 전채란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의 사임도 요청했다.
SK가 빈그룹에 투자한 기간은 현재까지 6년이다. SK는 2019년 5월 빈그룹 지분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빈그룹 주가는 11만3000동이었으나 현재는 4만500동으로 크게 하락했다.
빈그룹 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주된 이유는 계열사인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의 대규모 적자 때문이다.
빈패스트는 2023년 기준 전년대비 매출이 90% 이상 증가했음에도 약 23억9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설립 이후 7년간 누적 손실이 약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인 해외 확장 전략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빈패스트는 북미,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동 시장에 진출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건설은 시장 상황 악화로 2028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도 실적 부진의 요인이다. 빈패스트는 2023년 약 34,85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으나, 이 중 상당수가 빈그룹 창업자가 소유한 택시회사에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빈그룹은 빈패스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약 1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4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최근 빈그룹의 자회사인 빈홈즈에 대해 “빈그룹의 높은 레버리지를 포함한 연결 재무상태로 인해 등급이 제한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응우옌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는 “이번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이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과 빈그룹의 산업 전반에 걸친 리더십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며 “빈그룹에 SK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이며, 양측은 향후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잠재적인 협력 기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K그룹은 최근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마산그룹의 자회사 윈커머스 지분 7.1%를 2억 달러에 매각했고, 11월에는 마산그룹 지분을 3.67%로 축소하며 주요 주주 지위를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