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석포제련소 아연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을 경영권 분쟁의 결과와 관련 없이 고려아연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최근 조업 정지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까지 신경 쓸 것이 많은 상황에서 악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까지 유해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하는 영풍의 작업이 지연돼 추가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 당국서 황산 보관·처리 관련 행정처분 받아…영풍, 황산 처리 자립해야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받았다. 고려아연이 영풍 석포제련소로부터 받은 황산에 대한 보관 및 처리가 영업허가 내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영풍에 공문을 보내 11일부터 황산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통지했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자 위험 물질로 별도 탱크에 저장해 관리해야 한다.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아연 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2000년 이후 각각의 아연 제련 공정에서 생산되는 황산 대부분을 온산항을 통해 수출해 왔다.
황산 처리에 있어 영풍은 자체 처리 시설이 부족해 그동안 관리와 처리를 고려아연에 위탁해 왔다. 다만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4월 환경 규제 등으로 영풍 측에 황산 취급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고, 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영풍 측의 주장이다. 1년 단위로 갱신됐던 양사의 황산 처리 계약 관계가 거절되면서 양사의 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이번 행정처분 탓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에 넘어가더라도 황산 처리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경영권을 가져오더라도 행정처분을 무시하고 영풍의 황산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영풍은 황산을 자체적으로 저장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거나 대행할 수 있는 다른 업체를 확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체설비 마련을 위해 5~7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금속 오염된 토지도 정화해야하는데 작업 속도 지지부진
문제는 황산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영풍의 중금속 오염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올해 6월 말까지 카드뮴 등 6개 유해 중금속에 오염된 토지에 대한 정화를 이행해야 한다.
석포제련소가 소재한 경북 봉화군은 기한 내 토양 정화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와 함께 토양정화명령을 재차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고발과 이행명령 재부과 등이 반복되면 대표이사와 관련 임원 등에게 징역형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까지 영풍의 정화 작업 속도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토양정화 대상 부지 가운데 작업이 완료된 면적 비율 상으로는 석포제련소 1공장은 16%, 2공장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부와 경상북도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거쳐 폐수 무단 배출 등을 이유로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최근엔 추가 10일 조업 정지 등이 추가로 부과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에 대한 잘못을 인식하고 당국의 토양정화명령에 성실히 임할 필요가 있다"며 “당국의 명령을 소홀히 이행할 경우 향후 추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