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보편적 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한 가운데 원자재 시장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를 반영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거래소에서 구리, 은, 백금 등의 금속 원자재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미국과 캐나다에서 원유 가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은의 경우 지난 주부터 이런 현상이 목격됐다. 지난 10일 뉴욕 상업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 가격은 런던 거래소의 현물가 대비 온스당 0.90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 선물 가격 역시 런던금속거래소(LME)보다 COMEX에서 톤당 623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가격차는 지난해 글로벌 구리시장을 뒤흔들었던 '구리 숏 스퀴즈' 사태 이후 가장 크다.
이처럼 미국 거래소에서 원자재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언한 보편 관세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원자재 가격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 세율 등에선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날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보편 관세율을 매월 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 보좌관들이 보편 관세를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에 핵심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정 분야와 관련된 품목에만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미국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백금과 구리 가격이 미국에서 더 비싼 것에 대해 “트레이더들은 10% 보편 관세 또한/또는 핵심 광물에 대한 10%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45~55%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원유와 알루미늄의 가격차에 대해선 캐나다 등 국가를 겨냥한 관세가 반영되고 있다고 씨티그룹은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적 관세에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에 불법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특히 캐나다 에너지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원유, 가솔린, 디젤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씨티그룹은 백금이 보편 관세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백금은 미국이 가장 크게 순수입하는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이 주로 미국에 백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과 은은 관세 품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씨티그룹은 전망했다. 레이턴 애널리스트는 “금과 은은 핵심 원자재가 아닌데다 미국 동전 생산에 사용된다"며 “금은 또 예비 자산인 만큼 금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난 우리의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걷는 것처럼 관세를 걷을 별도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우리와 교역에서 돈을 벌어가는 이들에게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드디어 공정한 몫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위대한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IRS에 의존해왔다. 미국 경제는 무르고 한심할 정도로 약한 무역협정을 통해 우리 자신을 과세하면서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안겼다. 이제는 그것을 바꿀 시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