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체포됨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무장 계엄군 투입 등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또 주요 정치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는 등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배경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약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고 윤 대통령에게 질의했다. 이대환, 차정현 부장검사 등이 조사를 맡았다.
수사의 핵심은 윤 대통령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준비했느냐와 그 배경 그리고 국회의 해제 의결에도 불구하고 무장 병력을 투입한 경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차와 3차 계엄까지 준비했느냐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탈취 시도 및 유력 정치인 포함한 일부 인사들에 대한 체포와 구금 지시 과정과 배경 등도 수사의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또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 속 '북 공격을 유도' 등 내용을 바탕으로 '외환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실제 윤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공수처는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에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이같이 적시했다. 윤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내란 및 폭동을 일으켰다고 본 것이다. 내란죄는 우두머리와 중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자, 단순관여자 등으로 나눠 처벌이 이뤄진다. 최종 결정권자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된다. 내란죄 우두머리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을 내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는 이미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서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이 150회가량 등장한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헌법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또 검찰은 윤 대통령이 적어도 지난해 3월경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하고, 11월경부터 실질적인 준비에 나선 것으로 봤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고, 계엄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육군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를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려고 시도한 정황 등이 파악됐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하거나, 계엄해제 요구안 가결 후에는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난다"며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검찰은 당시 국무회의가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의안으로 제출하지 않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가 단순히 '경고성'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대비된다.
반면 윤 대통령은측은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과 함께 계엄선포가 일종의 통치행위였음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발부함으로써 대통령의 헌법수호와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또 국헌 문란 목적이 아니라 적법한 통치 행위로서 좌파 종북세력에 의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관련해 실제 윤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적법하지 않은 영장 발부와 집행 그리고 대통령 통치권 행사로서의 계엄 선포 등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체적인 진술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거나 일부 사안 또는 전체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전 구속된 인사들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 혐의가 적시돼 있지만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공수처는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피의자들의 진술과 주요 사실관계를 신속히 교차 확인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