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산업별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경제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업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 첫 발제를 맡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기 동향지수를 보면 회복 시점이 불확실하다"며 “소비가 계속 마이너스가 나오는데, 금융 위기 때도 이렇게 안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전망 어두워…美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주 실장은 “수출은 소폭 상승했으나, 반도체를 빼고 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전체적인 수출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영향이 비단 우리 수출 기업에만 문제로 작용한다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이 미국으로 가는 수출길이 막히면, 결국 다른 나라로 밀어내기를 할 텐데 그러면 우리 내수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경고했다. 주 실장은 “시나리오 상으로는 금리가 내려가는 게 맞지만, 트럼프 1기 때를 돌이켜 보면, 임기 초반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가 상승했었다"며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자영업자 중 취약 차주나 다중 채무자들 연체율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데, 금리가 다시 올라가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전체 대출 중 취약차주 비율은 5~7% 수준이지만, 자칫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의 무역 견제가 우리나라보다는 베트남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주 실장은 전망했다.
주 실장은 “베트남 경제규모는 우리나라보다 작은데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적자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2배"라며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는 건데, 제가 만일 트럼프라면 베트남부터 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오선주 삼일PwC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통상정책이 베트남에 집중된다고 해도 우리가 안심하긴 어렵다"면서 “베트남에 투자를 가장 많이하는 국가가 우리나라이고, 우리 기업의 3000곳 이상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한 단계를 거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방산·AI·바이오·화학 '기회'…자동차·이차전지 '어렵다'
'트럼프 2.0에 따른 산업별 영향과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오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모든 산업에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국방비 지출 확대 및 방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방산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방산 수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또 우주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인공지능(AI) 산업을 비롯해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CMO) 산업, 화학 산업 역시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에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 전환져 이에 따른 이차전지의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며 “뿐만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감소의 영향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연구실장은 “트럼프 2.0 시대 우리 중소기업들은 '성장'보다는 '안정'을 꾀해야 한다"면서 “한국경제가 어려운 건 맞지만, 우리는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리스크로 제때 대처를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라도 미국과 제대로 협상을 해서 거래 우선순위를 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