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승승장구하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했지만 탄핵정국 속에서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하고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39%, 민주당 지지도가 36%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3주차(17~19일)에 24%를 기록,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까지 추락했지만 다음 조사인 1월 2주(7~9일) 34%로 10%포인트(p) 급등하더니 이번 조사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그 결과 양당 지지율 격차도 지난해 12월 3주에 24%p까지 차이가 났다가 지난주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고 이번 조사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았던 적은 작년 8월 4주차(국민의힘 32%·민주당 31%)가 마지막이었다.
한국갤럽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진영 간 대립이 한층 격화한 가운데 기존 지지층을 향한 대통령과 여당의 거듭된 메시지도 그와 같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의 정당 양상은 8년 전 탄핵 정국과 확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왔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전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응답률 19.6%)에서도 국민의힘이 35%, 민주당이 3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직전 조사 대비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한 것과 관련해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현 국면을 해결하고 국정 안정과 경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이는 것에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탄핵정국 속에서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계엄 전에 20% 후반대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20% 중반대로 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된 뒤 거기서 더 올라갔다"며 “중도층이 이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전 의원은 정당지지율 역전과 관련해 “민주당이 잘못 대응하고, 때로는 조금 능력이 없어 보이고, 무책임하고, 거칠고, 조롱하는 과정이 (보수의) 결집을 조금 더 가속화시키고 중도층을 이동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학습 효과로 '탄핵되면 바로 대선'이라는 생각에 지금 대선이 진행 중인 상황이 돼버려서 보수가 결집했다"며 “여기서 (지지율) 크로스까지 날 정도가 된 건 반드시 중도층이 이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정치적으로 '집단적 유목민'이 발생했다.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까지도 '저거 안 되겠다' 해서 떠돌아 다녔다"며 “지금은 보수가 국민의힘 하나이기 때문에 (지지도가) 분산될 수 있는 다른 정치적인 둥지들이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번에 중도층이 이동한 것을 굉장히 중대하게 봐야 한다"며 “갑(甲)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을 굉장히 금지해야 할 텐데 이런 장면들이 연이어서 나왔다. 이미 중원의 싸움, 중도의 싸움 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반드시 민주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31%를 차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응답자 중 이 대표를 택한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또 차기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는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40%,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48%로 각각 집계됐다.
한편, 이번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