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 남긴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9 13:05

이강윤 정치평론가 /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이강윤 정치평론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1.법원이 19일 새벽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윤석열대통령(이하 尹으로 표기)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 77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구속은 이로써 다섯 번째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윤석열.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 나라의 격이나 수준이 엄청나게 퇴보한 건 분명하다.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의 격과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말아야 하건만, 어찌 여파가 없을까.


2.외국 신문에는 1단 기사 정도로 나겠지만, '코리아'라는 나라나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얼마나 부정적으로 소모될까. “사우스 코리아가 계엄사태(Martial law)를 수습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3류 국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후진성의 상징이기도했던 계엄. 그 계엄이 잦았던 남미 여러 나라처럼.


3.도대체 尹은 어디까지 생각해보고 계엄령을 발동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민주당과의 적대적 대립으로 꽉 막힌지 오래인 정국, 장관급 인사들 탄핵안의 잇단 국회통과, 다가오는 김건희특검법과 본인에 대한 탄핵. 지금은 선거브로커 명태균사건이 잠시 가려졌지만 계엄 직전까지는 시한폭탄이었다. 이 모든 게 계엄으로 해결될 일이나 상황이었나. 정치로, 대화로, 사과와 반성으로 풀었어야 했다. 정 안되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법원의 판단을 구하거나.


그거 다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으니 혹시 '한 방 계엄'을 꺼낸 건 아닌가. 성패를 떠나 밖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이 어찌 평가될지는 애초부터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같다. 성공했다 해도 국격 추락은 달라지는 게 없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욱~하듯 계엄을 발령하고 군과 경찰을 투입해서 내란이라는 괴물이 된 것이다. 정녕 몰랐을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마자 尹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했다. 수 백명이 난입해 무법천지 상황이 벌어졌다. 내내 계속 될 것이다. 실질적 내전이 시작됐다. 내란이 내전을 낳았다.




4.그렇게 많은 국민이 주야장천 얘기했건만 尹은 취임 직후부터 소통/대화는 내던졌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같은 국민, 섬겨야 할 국민이라 여기지 않은 듯하다. '1국가 2민족'이라는 파시즘적 망령에 사로잡혀 비판자들을 적대시했다. 공감능력도 소통능력도 없었다. 진영주의에 매몰됐고, 갈라치기를 통한 정치적 내전상태 유지를 정치라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사람은 '거짓말쟁이 3류 잡범'으로 간주해 상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선연장전이 3년 째 치러지며 두 그룹 사이에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서로 핑계 댈 상대가 있어서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정치경제사회는 피폐해져갔다. 한 마디로 정치적 내전 상태였다. 내전 상태가 내란으로 덮히거나 해결되겠는가.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한 일이다. 판단착오도 그런 착오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심각한 판단 불능 상태로 보인다. 수사를 맡은 공수처는 그에 대해 “확신범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극우 유튜브에 편향된 인식에 빠졌고, 2년 7개월 폭주하다가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尹을 당선시킨 투표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5.윤석열대통령의 삶이 망가진 건 자업자득이랄수 있다. 그런데 왜 국가나 국민이 함께 퇴보해야 하나. 두 말 할 필요없이 그가 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그 퇴보의 벌을 따지게 될 것이다. 주권침탈의 벌도 있을 것이다. 앙앙불락하지 말고, 손편지썼다던 그 만년필로 성찰의 일기를 적어나가면 좋겠다.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이념전쟁이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인식의 소산이자 공동체파괴였는지 꼭 깨닫기를 바란다. 지난 대선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윤 대통령에게나 국민에게나.


6. 정치적 내전 상태는 향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는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면서 이 충격적 내란사건의 후유증과 내전을 수습하는 게 책무 1순위다. 구속수감으로 머잖아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가 일찍 끝날 가능성이 높은 현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3류 국가로 남느냐 다시 출발하느냐의 중대 기로를 책임질 정권이다.


첩첩산중이다. 겨우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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