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22 10:59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조성봉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산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전환 로드맵에는 발전 5사의 재편 방향은 물론 기존 석탄발전 인프라 활용계획,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소재 지자체와 관계부처도 이 로드맵 수립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 5사 석탄화력의 75%를 폐지하고 LNG와 양수 등 대체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함께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석탄발전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석탄발전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근로자와 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소비 위축, 재정여건 악화 등 지역경제가 침체된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책적'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이지만 '법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발전 5사와 한전 그리고 그 주주의 이해이다. 발전 5사의 석탄발전 설비는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주원천이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민간을 포함한 석탄발전의 거래금액은 25조 원을 넘는다. 민간 석탄발전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상당 부분이 석탄발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익의 원천인 석탄발전을 에너지전환 정책이란 명목으로 보상도 하지 않고 폐지할 수는 없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따져 보면 허점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한전은 상장회사이다. 그리고 한전은 발전 5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따라서 한전의 주주는 한전 및 발전 5사 자산의 주인이다. 한전의 주주에는 정부도 있지만 일반 민간 주주도 있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은 국민연금도 주주이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 5사의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주주, 외국인, 국민연금 등의 손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 정부는 원전 폐쇄를 보상하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 8천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2020년에 독일 의회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유럽연합 위원회가 2023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전력회사 RWE가 26억 유로(약 3조 9천억 원)를 보상받는 등 총 43억 유로(6조4천5백억 원)가 석탄발전 폐지에 대한 보상으로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1990년대에 시행된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도입을 위해 기존 발전설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즉, 원가보상 규제대상인 기존 발전설비가 경쟁시장의 도입에 따라 회수할 수 없게 된 좌초비용(Stranded Costs)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그때그때 바뀌게 될 때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하면 이미 건설한 에너지설비의 주인이 입게 될 손해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변하는 정책에 따라 정부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면 누구도 에너지설비를 책임지고 건설하거나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밸류업(Value-Up)'이란 기치로 상장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상장된 공기업 주주의 이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 대기업에 대해서만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누가 이런 '밸류업'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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