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 그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건설투자 부진, 트럼프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 하방 위험이 더욱 커진 만큼 추가 압력 둔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가동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상반기 경기 하방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들을 빨리 실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차원에서 추경 논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상반기 이런 부분들을 가시화하고, 집행하면 민간소비 심리 위축이나 건설투자 부진 등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 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0.1%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3%를 기록한 후 2분기 0.2% 역성장했다가 3분기와 4분기 각각 0.1%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분기 1.5%에 이어 4분기 1.2%에 그치며 경기가 하강하는 모습이다.
작년 연간 기준 GDP는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소비 증가폭이 2023년 1.8%에서 지난해 1.1%로 축소되고, 건설투자는 1.5%에서 -2.7%로 역성장했다. 그러나 정부소비(1.3%→1.7%), 설비투자(1.1%→1.8%), 수출(3.6%→6.9%)은 증가 폭이 확대됐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수준의 추경이 없다면 올해 연간 성장은 1.5%, 1% 중후반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둔화된 성장률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추경을 비롯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가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 놨다. 나아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 규모로 15조~20조원을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추경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전날(22일) 이창용 총재와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갖고 “추경보다 예산 조기 집행에 집중하는 것이 민생과 경제에 더 좋다"고 밝혔다.
여당의 이같은 입장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과 결이 다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23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투자 감소 등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당국이 예산 조기 집행, 추경 편성 등 과감한 재정정책과 소비 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수를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는 기저효과에도 더딘 내수 회복에 전기 대비 평균 0.6% 성장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강도 높은 정책 집행이 동반되면 0.6~0.7% 성장 속 연간 1% 중후반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책 집행 지연 시 성장 하향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