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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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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트럼프”…중동 전쟁에 이란·중국만 ‘방긋’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4.09 13:51

이란은 ‘호르무즈 게이트키퍼로’ 부상
다시 주목받는 에너지전환…중국이 수혜

트럼프, 휴전 후 완승 주장하지만
협상 전략에 부담만 떠안아

USA GOVERNMEN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오히려 미국의 적대국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고, 세계 최대 청정에너지 시장을 구축한 중국은 국가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쟁이 휴전 국면에 들어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완전한 승리"를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과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보여온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를 고려할 때 그의 협상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사실상 호르무즈 문지기…이란, 전쟁 이후 더 강해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 정권이 건재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걸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된 점이 이번 휴전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이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가스 물량의 약 20%가 지나는 국제 공용 수로로 간주됐다. 과거 중동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됐었을 때 이란이 선박을 감시하거나 위협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전면적인 통제권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극단적으로 반전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체결된 2주간 휴전 기간에도 선박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선박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하며, 비용은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의 '게이트키퍼'로 올라선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ABC방송에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하기 위해 이란과 '합작' 형태의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해협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른 세력으로부터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큰 돈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란은 재건을 시작할 수 있고 우리는 현장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중동 전문가인 파와즈 게르게스는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한 전략적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지역 질서를 재편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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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한 한 화물선(사진=로이터/연합)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한다는 것은 자국산 석유에 대한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란 경질유 판매 가격에 대한 프리미엄이 지난 2월 배럴당 마이너스 12달러에서 지난달 플러스 1달러로 대폭 올랐다. 또 위성으로 추적된 자료에 따르며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빠져나간 원유·정제유·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유조선은 총 92척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60척은 이란 소유이거나 이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미국이 치솟는 국제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기로 하자 구매를 희망하는 국가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짚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며 대리 세력들의 영향력 또한 유지되고 있다. 게르게스는 “이번 전쟁이 실제로 무엇을 달성했느냐"며 “이란 정권 교체도, 이슬람 공화국의 항복도, 고농축 우라늄 비축 제한도, 지역 동맹 지원 중단도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란의 해협 통제가 고착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에미리트 폴리시 센터의 엡테삼 알 케트비 회장은 “이란이 선박 한 척당 수백만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다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며 “이는 걸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전문가 알리 시하비는 “해협이 이란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를 의미할 수 있다"며 “고유가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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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연합)

◇ 위기가 기회로…중국, '에너지 구조'로 승리


이번 전쟁은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잭키 탕 수석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도 이번 전쟁의 승자는 중국"이라며 “전 세계가 석유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청정에너지 산업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 생산에서 저탄소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이는 10년 전 약 25%에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바클레이즈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에너지 구조 변화로 중국은 한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이번 이란 전쟁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에너지 충격 익스포저가 크게 낮아졌다"며 “석유와 가스는 이제 중국 전력 생산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역할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롬바르 오디에 역시 이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장기적인 '전기화 중심 전략'이 에너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탕 CIO는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향후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는 결국 중국에서 공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번 이란 전쟁 여파로 석유 공급이 제한되고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그동안 청정에너지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이제는 경제적·지정학적 필수 요소가 됐다"며 “문제는 탄소 배출이 아니라 회복력과 가격 안정성"이라고 짚었다.


엠버 역시 “에너지 안보가 각국 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청정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대 경쟁국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친(親)화석연료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중국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 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선도적으로 육성해온 우리의 선택이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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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 도마위에 오른 '트럼프 타코'…“모두에게 부담"


한편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대한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적인 위협을 통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고 미국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입장을 급선회했고, 자신이 설정한 협상 시한을 불과 90분가량 앞두고 휴전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올터먼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과장된 발언에 스스로 갇혔다"며 “이란 문명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렇게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간파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강경 발언 이후 번복하는 패턴에서 비롯된 '기습 효과'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에만 그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미국은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고,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공습에도 나선 바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나단 파니코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란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뒤 일시적인 출구를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시장과 정치적 압박에 따라 '타코'식 후퇴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일관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관세 조치를 번복했을 당시 강하게 반등했으며, 이번에도 휴전 소식이 전해진 직후 S&P500 지수는 2.5% 급등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두보위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란을 상대하려면 더 과격하게 나가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문제는 적뿐 아니라 동맹과 자국민까지 동시에 두렵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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