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건을 검찰로 보내기로 23일 결정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51일 만이자, 윤 대통령을 구속한 지 나흘 만이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기소하려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공수처는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을 10시간 40분간 조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발동 요건을 판·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만 남긴 채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을 구속한 공수처는 거듭된 출석 요구 불응에 강제구인과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까지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이 변호인 접견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간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공수처 수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일절 거부했다. 공수처에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권이 없으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의 수사는 불법 수사이기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입장이다.
결국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1차 구속 기간으로 자체 계산한 28일보다 닷새 빠른 이날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에선 대면조사 등 수사에 협조할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 역시 거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할 예정인데, 윤 대통령 측이 이 자리에서 향후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한 뒤 다음 달 5일을 전후해 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오는 25∼26일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간이 끝난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계산한 27일보다 이르다.
만약 법원이 연장을 불허하면 곧바로 1차 기한 내에 구속해야 하는 만큼 검찰은 최대한 빨리 구속 연장을 신청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구속 기간을 보수적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날, 늦어도 24일에는 연장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다음 달 4∼6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검찰은 다음 달 5일을 전후해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