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MBK파트너스에 화해를 제안했다.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에서 MBK의 경영 참여 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진행된 임시주주총회 관련 향후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기자회견엔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박기덕 사장, 신봉철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 직원과 주주, 지역사회를 위해 MBK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가 함께 소통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대타협을 받아들인다면 고려아연은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MBK가 명성에 걸맞은 명망 있는 사모펀드로서 고려아연을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소통과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고, 사모펀드의 순기능인 기업의 파트너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려아연이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고려아연은 누구 하나의 소유물이 아니다"며 “이러한 비난은 오늘 여기에 앉아 있는 우리가 대표하는 고려아연 임직원, 기술진과 노조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적대적 M&A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MBK 측 인사 일부를 이사회에 진출하는 방식의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MBK가 원하신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글로벌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고려아연 이사 수 상한이 19명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이사 중 일부를 MBK 측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며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박 사장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는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였고 이 약속은 다음 이사회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 사장은 “MBK가 우리의 진심이 담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고려아연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산업은 멍들고 직원들은 피해를 입고, 지역사회조차 상처받을 것"이라며 “적대적이고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 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대표하는 고려아연 전 임직원과 기술진 그리고 노조는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MBK 역시 고려아연과 함께 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들 모두의 협력 없이는 너무나 큰 고난의 길이 놓여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공생의 길은 무엇인지 공멸의 늪은 어떤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전날 열린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내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안건 등이 가결됐다. 이로 인해 신규 이사 14인을 선임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