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야하는 상황이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대기업의 현재 수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RE100 가입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국내 발전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이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매년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전체 전력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산정해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SK그룹 6개 계열사가 지난 2020년 RE100에 가입했으며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수위권 기업이 가입했다. 이에 현재 36개 대기업이 RE100에 가입한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이 재생에너지를 100% 활용하기에는 국내 발전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CDP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국내 대기업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기준 6만 173기가와트시(GWh)다. 그런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만 3175GWh로, RE100 가입 기업 전체 전력 수요의 88.4%에 불과하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RE100에 가입하는 국내 기업은 더 늘어나고,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10개 공장에서 2050년에 10기가와트(GW) 전력을 소비할 전망이다. 이는 2023년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인 22.9GW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적용해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의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절박한 기업의 상황과 달리, 한국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 이격거리, 해상풍력 고도제한 관련 규제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이격거리 규제는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정주여건 등을 고려해 설정한 태양광 발전시설과 이격 대상간의 최소거리다.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작용하는 해당 규제는 2014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는 태양광발전설비에 대해 도로나 주택부지의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이내, 주요관광지와 문화재 등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입지하지 않도록 거리규제를 두고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 중 57%에 달하는 129개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이격거리를 규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국방부는 현재 해상풍력 발전기 높이가 500피트(약 152.4m)를 넘는 경우 획일적으로 높이 조정 의견을 내고 있는데, 해당 규제가 해상풍력 발전 효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규제로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건설 자체가 위축되다보니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장 재생에너지를 늘려줄 것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당장 자기들 일이 아니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RE100 달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