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어부산 여객기 선반(오버헤드 빈)에서 촉발된 화재로 반소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보조 배터리 발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국내외 기내 리튬 배터리 화재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련 안전 규정이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22시 15분 경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향하려던 에어부산 A321-200 여객기(BX391, HL7763)에서 불이 났다.
당시 사고기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항공기 뒷쪽 수하물을 넣어두는 선반 속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가 났다"며 “객실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오던 사이 연기가 자욱해지며 선반에서 불씨가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실제 한 승객이 촬영한 사진을 살펴봐도 선반 안쪽이 붉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어 어떤 물체에 의한 발화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조 배터리의 열 폭주 등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국적기 내에서 생겨난 보조 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0년 이후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기내 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0년 2건,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방항공청(FAA)는 2006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총 587건의 기내 리튬 배터리 관련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16건은 검증 대기 중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32건, 2017년 47건, 2018년 50건, 2019년 45건, 2020년 39건, 2021년 54건, 2022년 75건, 2023년 77건, 2024년 78건으로 파악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일시적 감소세가 나타났지만 2021년부터 다시 급격한 증가세로 전환됐다. 최근 3년 연속 75건 이상을 유지했고, 작년에는 78건으로 역대 최다 사고 기록을 경신했다.
주요 사고 원인 기기는 배터리팩·보조배터리가 2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자담배·베이프 124건 △휴대전화 84건 △기타 전자 기기 75건 △노트북 71건 △의료 기기 3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운송 유형별로는 여객기 438건, 화물기 123건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토부의 위험물 규정에 따라 100Wh 이하 배터리는 개수 제한 없이 기내 휴대가 가능하고, 이를 초과해 160Wh에 이르는 경우에는 최대 2개까지 가능하지만 항공사 승인이 필요하다. 160Wh 초과 배터리 팩은 여객기 운송이 불가하다.
이를 mAh 단위로 변환할 경우 기본 전압 3.7V 스마트폰·소형 기기는 2만7000~4만3200mAh, 7.4V 노트북·카메라 기기는 1만3500~2만1600mAh, 11.1V 드론·전문 장비는 9000~1만4400mAh까지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다.
이처럼 제한 사항을 두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휴대'의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돼있지 않다. 국내 항공사들은 가방 등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CAO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도 리튬 배터리를 기내 반입하는 경우 반드시 손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도 마찬가지로 강행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기내에서 가방·주머니 등에 보관하거나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안전한 장소에 두기를 권고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에어부산 화재 사고를 기점으로 '휴대'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국토부는 기내 보조 배터리 반입 규정을 살펴보고 관련 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규정이라는 큰 틀에 맞추되, 세부적으로는 보조배터리 반입 개수(용량) 제한·보관 위치 지정·제품 정보 표기 확인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