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시행을 한 달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지만 안도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양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방금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며 오는 4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25%의 전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멕시코가 마약 및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을 즉각 파견키로 했다는 점을 들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하면서 미국도 멕시코로 몰래 유입되는 고성능 무기 단속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멕시코는 한 달간 통상 및 보안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키로 했으며 멕시코에 대한 전면 관세 부과 여부는 이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몇 시간 뒤 캐나다가 마약 및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을 강화키로 했다면서 “저는 이 첫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최종적인 경제 협상이 성사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지난 1일 발표된 관세는 30일간 유예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에 ▲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 투입 ▲ 국경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명 유지 ▲ 마약 범죄 조직을 테러리스트로 지정 ▲ 마약 및 범죄, 돈세탁 대응을 위한 양국 합동 타격 부대(Joint Strike Force) 발족 등을 약속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단속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달 1일부터 캐나다, 멕시코에 각 25%, 중국에는 10%의 전면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맞서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25%의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 대상 품목까지 공개했으며 멕시코와 중국도 상응 조치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통상 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 전쟁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다음 시선은 중국으로 쏠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국에 대해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나라에 펜타닐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데 대한 10%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은 물론 대외정책 등에서도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통상전쟁은 언제든 촉발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과는 별개로 지역적으로는 유럽연합(EU)에, 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강조한 보편적 관세도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 당해 왔다"라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