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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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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vs MBK, ‘2라운드 첫 시작’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4 15:09

고려아연-MBK, 호주법인 SMC 정체성 놓고 법적 공방

MBK “외국회사 상호주 제한 적용 불가” vs 고려아연 “적용 당연”

법조계 “재판부, 문언 해석 중심 판단 가능성 높아”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CI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간 2라운드가 본격 시작했다. 이번에는 법정이다. 최대주주임에도 주총에서 '상호주 제한'에 걸려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MBK와 영풍은 주총에 관한 무효의 소를 제기하면서 반전을 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MBK는 주총결의에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의 소를 제기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호주 보유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진/고려아연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트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보유했다는 이유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25.4%로 제한했다.


앞서 SMC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 전날인 지난달 22일 영풍 지분 10.3%를 매입했다. 이로써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자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주총에서 적용했다.


MBK는 SMC를 통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SMC가 호주에 설립된 외국 유한회사라는 점을 들어 상법 제369조 제3항 적용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MBK측은 “최 회장 측은 SMC의 영풍 지분 보유 상황을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위법하게 확대 해석함으로써 영풍의 주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SMC 지분 매입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합리적인 재무적·사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호주법상의 Pty LTD가 주식회사? 유한회사?

SMC는 호주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인으로 뒤에 Pty LTD가 붙는다. 이는 호주의 기업형태로 'Proprietary Limited Company(Pty Ltd)'라는 의미다. 한국어로 직역할 경우, '소유 제한 회사'가 된다.


MBK파트너스는 SMC가 유한회사라고 주장한다. Pty Ltd는 주식의 공개 매매가 제한되고 주주 수가 50인 이하로 제한된다. 이는 국내 기준으로는 유한회사적 특징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SMC가 주식회사라고 주장한다. Pty Ltd는 주식회사의 주요 특성인 주식 발행과 이사회 구조, 주주의 유한책임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사회를 통한 경영이 가능하고, 주주총회 제도를 갖추고 있고, 회계감사 등 기업지배구조도 주식회사와 동일한 형태로 운영된다.


◇외국회사 적용의 범위

또한 MBK 측은 상법 제618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외국회사에 적용되는 상법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데, 제369조 제3항은 제외돼 있다는 것이 골자다. 상법 617조상 유사외국회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MBK는 “어떤 경우를 상정해도 SMC의 영풍 지분 보유 상황을 상법 369조 3항에 적용할 근거는 없다"면서 “지난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는 위법 부당한 논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마땅히 취소되거나 무효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외국회사라 하더라도 회사법상의 조문에 적용을 받는다고 역설한다. 주주총회장에서 고려아연 담당 변호사는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 “상법 외국법인 조항은 국내 활동하는 외국 법인을 규제 감독할 때 적용되는 조문"이라면서 “그 이외의 조문에 대해 한국 회사만 적용되는건 아니기에 상호주 제한은 외국법인도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향후 전망은?

MBK “최 회장 독단 경영 종식해야…고려아연 선진 지배구조 확립

▲2024년 12월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우창 기자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에 대타협을 제안했다. 하지만 영풍 연합은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타협을 제안하기 전날, 영풍의 대리인인 이성훈 변호사는 “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은) 주주와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김광일 MBK부회장 역시 주총장을 떠나면서 상당한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양측 모두 각각의 근거가 있어 이해관계는 극명하게 상충된다. 판결에 따라 시가총액 16조원이 넘는 회사의 경영권이 뒤바뀔 수 있어 첨예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법무법인의 파트너의 한 변호사는 “Pty Ltd가 유한회사의 특성도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운영 구조는 주식회사에 더 가깝다"면서 “지난 세 차례 가처분 소송전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법문 해석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취지나 의미보다는 엄격한 문언 해석에 중점을 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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