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기업 등이 선제적으로 수입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전월 대비 24.7% 급증한 984억달러로 전문가 전망치(968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면서 무역적자 폭이 늘어났다. 수출은 2665억달러로 전월 대비 71억달러(-2.6%) 줄은 반면 수입은 전월 대비 124억달러(3.5%) 증가한 364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연간 기준으로 미국은 지난해 9184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60년 이후 2022년(9448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수출이 3조1916억 달러로 전년보다 1198억달러(3.9%) 늘었으나, 수입은 6.6% 증가한 4조110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강한 달러화 가치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수입품을 많이 소비한 게 수입을 대폭 늘리는 요인이 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2954억 달러로 가장 컸고 유럽연합(2356억달러), 멕시코(1718억달러), 베트남(1235억달러), 아일랜드(867억달러), 독일(848억달러), 대만(739억달러), 일본(685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60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9번째였고 캐나다가 633억달러로 10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라이언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적인 관세에 대비해 기업들이 주문을 서두른 것이 수입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추이는 빠른 시일 내 반전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이날 자료를 바탕으로 관세전쟁에 속도를 더 낼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촉진, 국가 안보 강화, 불공정 무역 개선 등을 위해 관세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미국의 월간 무역자료는 앞으로 경제적·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한 달간 유예했지만, 대중국 관세는 4일부터 발효됐고, 중국이 이에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