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실적보다 주주환원을 포함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주주환원 규모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6일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6.7% 내린 8만49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개장 직후 주가가 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KB금융 주가는 신한지주(-1.38%), 우리금융지주(-0.70%), 하나금융지주(-0.65%) 등 다른 지주사보다 하락 폭이 컸다.
KB금융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주주환원이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노력이 타사보다 아쉽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작년 연간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5조7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5% 증가한 수치다.
작년 12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BIS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3.51%, 16.41%였다.
KB금융은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약 1조7600억원을 올해 연간 현금배당 총액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조7600억원'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밝힌 CET1비율에 주주환원을 연계한 '밸류업 프레임워크'에 따라 작년 말 CET1 비율 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이다.
이사회는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감안해 총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결의했다. 하반기에는 2025년 하반기 CET1 비율 13.5% 초과 자본도 추가 주주환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해 8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진행하며 금융지주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예측 가시성이 낮아졌고, 자사주 매입 규모를 추정하는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한 자사주 5200억원은 RWA의 0.15% 수준으로, CET1 비율이 5bp(1bp=0.01%포인트(p))만 움직여도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00억~2000억원 가량 변동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에서 장래 CET1 비율을 소수점 두 자리까지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만큼 자사주 매입 규모 추정의 불확실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렇듯 금융지주사들 주가가 주주환원 규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지주사들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4분기 주당배당금 540원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소각을 결의했다. 올해 1월 중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포함해 2월 현재까지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소각을 결정한 것이다. 1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포함하면 총주주환원 규모는 1조7500억원을 상회한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그룹 이사회는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결정이다. 2024년 기말 현금배당은 주당 1800원이다. 지난해 지급된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한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총 36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