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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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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처한 K-배터리, 배당 ‘올스톱’ 설비 투자에 올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1 14:46

캐즘 장기화에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 겹쳐
중국과 경쟁 격화…지난해 점유율 20% 하회

K-배터리

▲(위에서부터)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삼성SDI 헝가리 법인, 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부터 한동안 주주들에 대한 현금 배당을 중단하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다 보니 한시적으로 배당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K-배터리 3사, 저마다 이유로 배당 중단·무계획 입장

11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 3사가 올해 초부터 현금 배당을 중단하고 배당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삼성SDI는 지난달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기본 주당 1000원(우선주 1050원)을 지급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10%를 추가 배당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 최근 3년 동안 연 평균 676억원의 현금 배당을 단행해왔다. 삼성SDI의 배당성향이 3~5% 수준으로 아주 낮은 편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유지해왔던 배당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을 단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LG그룹 7개 핵심 계열사가 배당성향 확대 등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밝혔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배당성향 확대라는 LG그룹의 전체적인 방향과 달리 현재는 배당을 단행할 시점이 아니라고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아직 비상장사이기도 하고 연간 기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배당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K-배터리 3사가 한동안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각각 직간접적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캐즘 장기화와 중국 업체 공세에 설비 투자 부담 극대화

이 같은 무배당 방침은 실적 악화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탓에 내려진 결정으로 분석된다.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상황과 중국 업체의 공세 탓에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23.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 점유율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3.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도 5.1%에서 4.5%로, 삼성SDI도 4.7%에서 3.7%로 점유율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2023년 36.2%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6.8%로 소폭 성장했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도 15.9%에서 17.1%로 점유율 개선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 기간 동안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K-배터리 3사의 버팀목이 돼줬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예산을 폐지 혹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4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K-배터리 3사의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시에 K-배터리 3사는 향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미국 등 글로벌 각지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실적 악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가 버티다 못해 배당까지 줄이게 된 것"이라며 “내년 이후 캐즘이 종식되고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 다시 배당을 정상화해 기업가치 극대화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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