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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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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폭탄’ 온다…반·차·약 ‘트리플 악재’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1 15:00

美,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후속 예고

반도체·자동차·제약 등으로 확대 조짐

정부·업계, 관세 면제·예외 협상 나서

“기업 경쟁력 강화·수출시장 다변화 시급”

TRUMP TARIFF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이 10일(현지시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이 담긴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관세 정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국내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강화에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제약 등이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모두 북미 지역을 주요 수출처로 삼고 있는 업종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다음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는 이유다.


트럼프發 관세 폭탄, 예외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는 3월 12일자로 기존 관세 관련 협정은 모두 종료되고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던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를 더욱 강화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밝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 정책의 핵심 목표는 미국 제조업 보호와 부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수입품 가격을 올려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들의 국내 생산 시설 투자를 유도하며,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무역 적자 해소, 국가 안보 강화, 무역 협상에서의 협상력 제고 등도 관세 정책의 주요 목표로 꼽힌다.


미국우선주의가 심화하면서 관세압박이 심해지자 한국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와 자동차, 제약 등 업종의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 보편관세 정책을 강화, 이를 통해 해당 산업의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전략을 실행 중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韓 반도체·차·제약 등 '직격탄' 우려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반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2024년 3분기 미국 매출 비중이 58.8%에 달해 관세 부과 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3분기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84조6771억원을 기록했는데, 관세로 인해 이러한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대만산 반도체에 10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큰 혼란이 생기면서 반도체 업계에 이중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의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의 북미 매출은 57조38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기아 역시 48조9473억원으로 12% 늘어났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 시 자동차 한 대당 평균 6250달러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판매량 감소가 우려된다. 부품업체들의 연쇄 타격도 예상돼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가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10월 누적기준 국내 의약품 수출액 76억1000만달러(약 11조원) 중 대미 수출액은 12억1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로, 미국은 우리나라 의약품 최대 수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부과 방침은 미국 내 의료계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의약품은 필수소비재 성격이 강한 만큼 관세 부과로 가격을 높이면 결국 미국 내 환자와 수입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미국 내 제네릭 제조업체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정부·기업 '생존 전략' 모색해야

한국 정부와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나 예외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생산기지 다변화와 같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더욱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약품 관세가 부과된다면) 우리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위탁개발생산(CDMO)이나 바이오시밀러, 수출량이 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관세율 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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