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KIB플러그에너지 대표와 관계자가 Z사와 합작법인(JV) 자이셀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투입되지 않은 소위 '무자본M&A'를 진행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그가 상장사 대표이사인 점을 고려할 때, Z사 뿐만 아니라 KIB플러그에너지 역시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Z사는 '자이셀 주식 취득결정 및 현물출자 형식의 유형자산 양도 결정을 철회한다'는 공시를 냈다. 발표한지 1년 반 만이다. Z사는 2022년 말 CM파트너스가 보유한 토지, 건물, 시설, 무형자산 등을 74억원에 양수하며 이차전지 사업을 준비해왔으나 결국 사업은 좌초되고 말았다.
![구조도](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12.795dbc28d73a468e80528efc748a723d_P1.png)
▲구조도.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계약 취소 사유는 JV의 상대 주주가 결정적이었다. 거래상대방은 XT에쿼티로 XT그룹 관련 법인이다. 이들은 XT ESS펀드를 통해 Z사에 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수 당시 현금이 아닌 'Monetary note'(국문에 적확한 단어가 없어 부득이하게 영문으로 기재)를 출자했다. 펀드 측은 Z사에 잔고 증명을 보내며 회사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국내는 현금출자, 현물출자 두 가지 방식만이 있으나 미국은 출자 방식이 다양하다. Monetary note는 국내 약속 어음과 유사하다.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일정금액을 일정시기와 장소에서 지급할 것을 약속한 유가증권으로 상업어음의 한 종류다. 현금화시키려면 어음 할인(팩토링)을 해야하는데 이는 미국 법인이다 보니 Z사가 알고 있는 곳에 할인을 요구할 수도 없고, 할인 자체가 자본공동화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종국적으로는 발행자의 계좌에 현금이 있어야 한다.
XT그룹은 현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이 역시 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JV 설립 과정에서는 잔고 증명을 했으나 실제로 현금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XT그룹은 현금을 납입하지 않으며 JV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Z사는 지분 30% 확보에 불과했기에 경영권은 XT그룹에 있다.
◇XT그룹 주요인물과 김선기 대표와의 접점
김선기 KIB플러그에너지 대표와 Z사의 인연은 2021년부터다. 그는 Z사에 다양한 거래 기회를 제공했다. Z사에 자이셀 JV 건을 소개시켜준 것도 그다.
김 대표와 그간 행적에서 확인되는 인물들도 XT ESS펀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 모 대표는 더코어텍 그룹과 합병하기 전 코어옵틱스의 사내이사였고, 베트남계 미국인 민 모 이사는 자이셀 이사진이자 어바인에셋LLC, 이즈미디어 이사였다.
김 대표는 이즈미디어의 자회사인 코어옵틱스(구 이즈CCM)의 대표였다. 당연히 강 씨와 민 씨 모두 그와 인연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Z사 무자본 M&A에 희생, 사업적 어려움 가중
JV 설립 이후 Z사는 회계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Monetary note로 출자한 것이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감사 법인은 해당 거래가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현물출자가 인정되지 않아 처분이익이 미계상되며 거액의 미실현 이익이 잡히기도 했다.
사업적인 측면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제조활동을 위해서는 원재료 구입비, 인건비, 제조간접비용 등 현금 투입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현금이 투입되지 않으니 양산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자이셀의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Z사가 현물출자 및 제조활동을 하고, XT그룹이 자금력을 담당하는 것이 기본 골자였기 때문이다. 결국 JV사는 제대로운 생산활동 한 번을 못해보고 지난 12월 JV계약이 취소됐다.
그 결과 Z사는 사업 기회를 놓치면서 발생한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Z사는 리소스를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하며 이차전지 신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삼으려 했다.
Z사 관계자는 “김선기 대표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대금 및 비용 지급을 진행할 것이라 계속해 말했다"면서 “회사는 계약과 약속을 믿고 제품 및 설비 업그레이드, 공장 시설 레이아웃 설계 작업 등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선행 작업을 위하여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여 진행했다"고 말했다.
◇KIB플러그에너지, 향후 피해 우려 가중
JV의 핵심인물인 김선기 씨는 현재 KIB플러그에너지의 대표이사다. KIB는 상장사로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그는 지난 12월 임시주총에서 KIB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어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까지 올라섰다.
김 대표가 선임될 당시, 법원은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의결권 제한 주식을 모두 포함해 표결을 추진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미국 법인 더코어텍은 3달째 3분기 분기보고서(10-Q)를 미국 OTC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무자본M&A은 자기자본이 적다 보니 향후 적지않은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면서 “자본시장은 구조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에 최대주주는 피해가 없거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나 소액주주는 갑작스러운 기업가치의 이전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선기 KIB 대표에게 문의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