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윤병효

chyybh@ekn.kr

윤병효기자 기사모음




에너지공기업 배당 노리는 정부…천문학적 부채는 나몰라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9 06:47

한전·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지난해 역대급 실적

부채 줄여야 하지만 최대주주 정부 세수 메꾸기 위해 배당 늘릴 듯

김진수 교수 “에너지산업 심각한 위기 상황, 미수금 해결에 써야”

1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1

▲한전 지분 현황.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상장 에너지 공기업들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지난해에는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의 부채는 여전히 천문학적으로 쌓여 있는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상장 공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3조5703억원, 영업이익 3279억원, 당기순이익 20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9.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2% 증가, 당기순이익은 5.3% 증가했다.


한난의 영업이익은 2021년 397억원, 2022년 -4039억원, 2023년 3147억원, 2024년 3279억원으로 지난해 역대급 이익을 거뒀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93조3367억원, 영업이익 8조7368억원, 당기순이익 3조873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5.8% 증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업이익 흑자는 4년 만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38조4573억원, 영업이익 2조4606억원, 당기순이익 1조1043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8.4% 증가,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공기업으로선 지난해 호실적이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2022~2023년에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을 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국내 요금인상을 최소화하면서 그 부담을 다 떠안았다. 그로 인해 부채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부채는 한전 204조1249억원(514.5%), 가스공사 42조4930억원(부채율 402.7%), 한난 5조5914억원(부채율 251.7%)이다. 게다가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는 숨겨진 적자인 미수금이 각각 14조원, 5600억원 있다.


3사는 지난해 수익을 바탕으로 우선적으로 부채 줄이기부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부채로 인해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지출되고 있고, 특히 3사와 계열사들까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상장 공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일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배당금 지출이 많을 수록 부채 해소는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약 56조원, 약 30조원 등 총 86조원의 세수부족이 발생했다. 올해도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세수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40%로 유지하기로 한 기존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배당성향을 40% 수준으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주주가치 제고 내용을 넣기도 했다.


상장 에너지 공기업들은 경영평가 기준에서 재무관리와 주주가치 제고 항목이 충돌하긴 하지만, 결국 정부의 압력으로 배당성향을 40% 수준으로 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사는 앞서 실적이 좋았을 때 배당성향을 40% 이상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3사의 공공지분 현황을 보면 △한전은 정부 18.2%, 산업은행 32.9% △가스공사는 기재부 22.5%, 산업부 3.7%, 한전 20.5%, 지자체계 7.9% △한난은 정부 34.6%, 한전 19.6%, 에너지공단 10.5%, 서울시 10.4%이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산업의 사정이 좋다면 배당 등을 통해 정부 수입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에너지 관련 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미수금으로 미뤄놓았던 만큼, 이를 가급적 빠르게 해소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