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비은행 금융사들이 경제성장률 둔화와 경쟁 심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치불안정과 미국 신정부 정책기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변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카드사들의 페인 포인트를 만드는 원인들을 살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전략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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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지난해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연결 연간 당기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 기준) 2조원을 기록했던 삼성화재가 이문화 대표 임기 2년차를 맞는 올해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 업황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내실을 다지려는 행보도 포착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2조1372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9% 높은 수치다. 다만, 삼성화재의 성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손익이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은 경제성장률 둔화가 소득 증가 둔화 및 계약 유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손해보험이 초회보험료 인하가 점쳐지는 생명보험 보다는 양호하지만, 경쟁 심화로 실적 향상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화재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6% 축소됐다.
삼성화재가 올해 전속채널을 중심으로 보험계약마진(CSM)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CSM은 IFRS17 하에서 보험사가 상품 계약으로 미래에 확보할 이익 규모를 추산한 것으로, 보험료·보험금·사업비·손해율·유지율 등의 수치에 따라 등락이 이뤄진다.
삼성화재는 앞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1~3분기 총 7490억원에 달하는 CSM 감소가 이뤄졌고, 4분기의 경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가이드라인 적용 △연말 계리적 가정값 조정 △유지율 가정값 조정을 비롯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8000억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유지율 문제가 꼽힌다.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삼성화재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의 손해보험 13회차 유지율은 85.4%로, 평균(약 86.6%)을 소폭 하회했다.
그러나 25회차 유지율은 57.96%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을 13%포인트(p) 밑돌고 설계사수 탑25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2022년말 61.49%, 2023년말 59.3% 보다 낮아진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법인보험대리점(GA)간 경쟁 심화와 보험 체결에 집중된 인센티브 제도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 비례 중심의 계약이 공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유지율 하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속설계사를 2만명대로 끌어올렸고, 전속채널을 중심으로 (고수익) 상품 공급을 다변화하고 전략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삼성화재 전속설계사가 2만명을 넘은 것은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이 대표 취임 이후 증가세를 그렸다.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GA 채널의 비중을 줄이고 전속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속채널의 인보험 신계약 비중이 54.0%로 GA 보다 12.2%p 높았다.
지난해 GA 채널 확대 및 신상품 출시로 월평균 GA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72억원)가 전년 대비 58.2% 상승했음에도 장기보험 손익이 크게 확대되지 않은 것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최대 7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자는 개편안이 나온 것도 유지율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 GA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해서는 사업비 지출이 필요한 것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