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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현금배당 등으로 총주주환원율이 40%에 육박한 가운데 메리츠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 50%를 돌파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4대 금융지주 대비 순이익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금융, 순이익 절반 이상 '주주환원' 투입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53.1%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51.2%) 대비 1.9%포인트(p) 오른 수치다.
메리츠금융은 2023년부터 2025년 회계연도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2년 연속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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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 기업가치 제고 이행 현황.
총주주환원율이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총액을 합한 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연간 순이익 가운데 주주들에게 얼마나 많은 가치를 환원했는지를 나타낸다. 즉 메리츠금융의 총주주환원율 53.1%는 작년 연간 순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는 뜻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이 회사는 증권사들과 자기주식신탁계약을 체결해 올해 1월 말까지 누적 923만주, 약 8256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전액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보통주 1주당 1350원, 총 2400억원의 결산배당을 포함하면 총주주환원규모는 1조24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 '자사주 매입'...금융지주 '현금배당' 무게
메리츠금융은 4대 금융지주보다 절대적인 순이익 규모는 적지만, 총주주환원율은 월등히 높다. 메리츠금융의 작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원으로 KB금융(5조782억원), 신한금융지주(4조5175억원), 하나금융지주(3조7388억원)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나아가 우리금융지주(33%)를 제외한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지난해 38~39.8% 수준이었다. 올해는 세 회사 모두 총주주환원율이 40%를 돌파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환원에 투입하는 메리츠금융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총주주환원율에는 격차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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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총주주환원율 및 배당총액.
주주환원 방법에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메리츠금융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4대 금융지주는 주로 현금배당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을 현금배당에 투입하고, 이달 6일부터 5월 5일까지 자사주 5200억원을 매입 및 소각하기로 했다. 신한지주 역시 올해 1월 취득 완료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포함해 2월 7일부터 8월 6일까지 6개월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총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신한지주의 연간 배당총액은 1조1000억원이다.
시중은행, '자본적정성' 책무...지배구조도 달라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 간에 지배구조, 사업 포트폴리오가 상이한 만큼 총주주환원율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4대 금융지주가 소위 주인 없는 회사인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조정호 회장이 51.25%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기업이다. 또 4대 금융지주는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손실흡수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이와 달리 메리츠금융은 핵심 자회사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4대 금융지주는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적정성 등을 보다 까다롭게 확인하기 때문에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하는데도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메리츠금융과 같은) 오너 기업의 경우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를 확대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당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