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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을 오는 25일 종결한다. 이르면 3월 중순께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여야 주요 정당들은 겉으로는 탄핵 인용, 기각 여부에 주목하면서도 사실상 탄핵 인용시 예상되는 5월 조기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인용시 3~4주 안에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등 워낙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일 탄핵 심판 10차 변론을 마치고, 변론을 오는 25일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헌재가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고 나면 대통령 탄핵심판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약 2주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례를 살펴보면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종결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됐다. 따라서 3월 11일을 전후해 헌재가 결정을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 파면에 동의하는 탄핵 인용이 결정되면 차기 대통령 선거는 60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 5월 둘째주나 셋째주(7일 혹은 14일)이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통령 선거는 후보 등록을 선거일 23일 전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각 정당은 아무리 늦어도 3월 말~4월 초까지는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탄핵 기각'을 요구하면서 기각시 대국민 사과 성명서 발표를 준비하는 등 모른 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대선 후보 경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졋다. 탄핵 인용시 이른 시일 내 당내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예비 후보 등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준비를 할 시간이 워낙 촉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마 거론 예비 후보가 10명이 넘는 만큼 여론조사 경선 등을 통한 '컷오프'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되 더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당내에선 박 전 전 대통령 탄핵 후 실시됐던 2017년 대선때와 비슷하게 압축 경선을 치른 후 40여일 간 대선 레이스를 치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기 대선'을 입밖에 내지 못하던 여당 '잠룡'들도 하나 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대교체', '국민통합'을 선언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 화요일(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 변론이 끝나면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는 안정과 발전이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예정된 미래를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실상 출마 선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데로 생각하면 된다"고 수긍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경일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대선 이전에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이냐 그다음에 탄핵 찬성파하고 탄핵 반대파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당내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이재명 대표처럼 중도층 공략이나 이를 위한 정책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본격적인 대선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인용 즉시 30일간 경선을 치르고 30일간 본선을 진행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다. 특히 당내 경선은 2017년 대선 때처럼 전국을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 최소 3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유력한 단일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최근 조기 대선을 위해 경선 캠프를 가동하는 등 실무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17년 대선 때처럼 경선때의 캠프 구성원과 정책·공약이 고스란히 본선 선거대책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표 핵심 측근들과 당 지도부들은 선대위를 슬림화해 '실무형'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대선 때는 통합형 선대위를 구성해 온갖 인사들을 끌어 들였지만 결국 일하는 사람은 소수로 '적전 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내부 평가를 감안한 행보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