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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새울 3·4호기 원전 건설공사 현장.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되면서 과연 신규 원전 부지로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원전 부지로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 SMR 부지로 대구와 경주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부지 확정을 위해서는 지자체 의지와는 별개로 지역 주민 설득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발표했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전원별 설비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전기본은 첨단산업 신규투자와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의 영향으로 2038년 129.3GW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신규 발전설비로 10.3GW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규 설비로는 대형원전(2기) 2.8GW, SMR(실증 1기) 0.7GW, 열병합 2.2GW, 무탄소경쟁 1.5GW가 들어가고 3.1GW에 대해서는 발전원을 유보하기로 했다. 유보된 발전원은 기본적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수소 혼소 또는 전소뿐만 아니라 SMR과 대형원전도 추가로 포함될 수 있다.
11차 전기본 발표 이후 과연 신규 원전 부지는 어디로 결정될 것인가가 가장 쟁점이 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이 터부시 됐지만 최근 들어 원전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형원전 2기에 대해 2026년까지 타당성 검토와 지역 주민 협의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하고, 2029년까지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38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후보지를 물색하고, 지리적·환경적·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지반·지질 안정성을 검토하고 현장 여건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형원전 부지로는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 등이고, SMR은 대구와 경주 등이 유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영덕은 과거 천지 1·2호기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됐다가 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백지화된 전력이 있는 곳이어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부산 기장은 영구정지된 국내 최초의 원전 1호기를 비롯해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위치한 곳이다. 원전에 대한 주민 이해도가 높고 추가 부지도 있어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전 정부에서 백지화 된 강원 삼척도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박상수 삼척시장은 “원전 해제 지역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관련 용역을 곧 마무리하고 연말 착공에 들어간다. 원전 유치를 희망하지도, 들어올 공간도 없다"며 원전 유치를 일축했다.
대구는 SMR 유치에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SMR은 소형 규모이기 때문에 대규모 용수가 필요 없어 인근 군위댐과 낙동강 물로 해결할 수 있고, SMR의 무탄소 전력으로 2029년 대구경북 신공항을 비롯해 첨단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면 친환경 전력이 필요한 첨단기업들이 몰릴 것이라는 구상이다.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도 SMR 유치에 적극적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에 2030년까지 SMR 국가산단을 조성해 제조기업 유치는 물론 원전 관련 산업과 대학, 연구소, 공기업까지 들어서는 플랫폼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업계는 신규 원전 2기의 부지가 추가로 1기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확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무탄소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추가 원전 건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전기본에서 1기의 원전을 더 건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지금과 같은 대형 원전이 주요 전원이 된 것은 규모의 경제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원전의 규모가 계속 커졌고 같은 부지에 2기씩 짓는 방식이 표준화된 것이다. 실제 국내 기존 원전 부지를 선정할 때도 2기에서 6기까지 지을 수 있는 곳으로 검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 부지 선정을 위해서는 지자체 의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과 협조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자력소통센터장은 “신규원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지역 주민의 동의다. 원전 건설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우려로 인해 반대 여론이 존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와 원전 업계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설명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지역 주민의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