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슬기로운 국제 감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5 10:58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최근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과연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이다. 사실 이 질문은 감축 주체에게 물어봐야 한다. 마침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산업계 전망을 발표했다. 국내 산업계는 산업 부문 NDC 달성 가능성을 38.6%로 내다 봤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NDC는 파리협정 당사국별로 스스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국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응답 기업들이 꼽은 달성이 힘든 이유는 전환 어려움, 개선 지연, 경영 위축, 기술 부족 등이다. 감축 투자를 하기에는 경제가 어렵고, 감축을 말자니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이러한 진퇴양란의 현실에서, 국제탄소시장이 출범해 비교적 싸게 감축하면서 투자 수익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말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9")에서 합의된 국제탄소시장(파리협정 제6조) 상세이행규칙은 국제감축의 기반이 되는 유의미한 성과로 2025년부터 사업 발굴 및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인데, 내용이 복잡하다 보니 의미만큼 상세히 알려지진 못했다. 국제감축이란 A국가가 B국가내 감축사업에 투자해 그 감축실적을 배출권으로 확보한 후 이를 A국가와 B국가간 나누어 가짐으로서, 각 국가의 감축목표 달성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국이 캄보디아에 작은 수력발전소에 투자하고 그 배출권을 양 국이 나누어 소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을 발급하고 거래하고 사용하는 글로벌 기준이 필요한데, COP29에서 이 기준을 마침내 합의한 것이다.


유연하게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국가나 UN기반 고품질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은 파리협정 제6조의 합의를 기다려 왔다. 2021년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기본지침이 타결된 이후 세부 이행규칙에 대한 온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COP29합의로 국제감축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된 것은 의미가 크다. 파리협정 제6조는 양 국가간 협의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2조에 의한 국제감축과 UN주도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4조에 의한 국제감축으로 대별되는데, 금번 합의로 국가간 협력사업(제6.2조)의 세부절차가 구조적으로 완성되고, UN주도 메커니즘(제6.4조)에 대한 운영표준이 확립됨에 따라 국제탄소시장의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발빠른 일본, 스위스, 싱가폴 등은 이미 제 6.2조에 따라 개도국의 국제감축 사업을 선점해 사업 등록을 시작했고, 제6.4조에 따른 국제감축 사업도 빠르면 올해부터 등록이 시작되고 내년부터 배출권이 발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상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2.8%가 국제감축 부문(3,750만 CO2 ton)으로 계획되어 있으므로, 파리협정 제6조 합의로 인한 영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 확정되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는 국제감축을 얼마나 수용할지 결정되어야 하고, 2035년 NDC 설정시에도 국제감축의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국제감축실적을 한국 탄소시장에 공급하고 싶은 해외 기업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탄소시장 본격화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선점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탄소가격의 변동 추이 및 거래 활성화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기업의 탄소배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그린워싱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한국 배출권거래제에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배출권 확보를 원하는 기업은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한 국제탄소시장 활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결국은 한국내 탄소가격과 국제감축 공급가격의 차이가 기업 투자의 주요 동인일 것인 바, 공급가격이 낮고 배출권 이외의 수익이 안정적인 사업 선점이 필요하다.




COP29 직후 아세안(ASEAN)은 역내 탄소시장 활성화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3조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아세안이 하나의 주체로 뭉쳐 공동으로 국제감축을 추진함으로서 협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 협상의 상대방인 한국의 경우 국내 탄소시장을 10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이제 출범하는 국제탄소시장을 슬기롭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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