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날 CI
다날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 기업들의 재무 위기가 현실화하며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고, 단기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기대를 모았던 페이코인의 국내 결제 재개 소식조차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다날은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결정에 대한 정정 공시를 게재했다. 지난 2021년 7월 다날은 만나코퍼레이션에 350억원을 투자해 35% 지분을 취득했다(현재 24.32%). 이번 정정 공시는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풋옵션 행사에 대한 것인데, 처분금액이 0원으로 기재됐다.
이는 만나코퍼레이션의 재무 위기로 처분금액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나코퍼레이션은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 플러스'를 운영하는데, 이미 작년 8월 배달비를 정산하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 조짐을 보였다. 지난 2023년 말 감사보고서상으로도 만나코퍼레이션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자기자본 -186억원). 다날의 사업보고서상으로도 만나코퍼레이션의 지분 가치는 △2022년 271억원 △2023년 178억원 △2024년 3분기 말 140억원으로 내내 축소돼 왔다.
만나코퍼레이션 뿐 아니라 다날이 투자한 관계기업 지분 가치는 모두 위험하다. 2022년 100억원을 투자했던 엔드림의 지분(1.87%) 가치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기준 가치가 20억원에 불과하다. 5억원을 투자했던 매일방송의 가치도 4억원으로 약 20% 줄었다. 이 외에도 투자한 대다수 기업의 지분가치가 줄었으며, 적자 기업이 많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만나코퍼레이션의 사례처럼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다날의 유동성 위기에 단초가 될 수 있다. 만나코퍼레이션을 예로 들면 투자 당시 다날은 35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작년 상환 기간이 도래해 다시 35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계기가 됐다. 작년 3분기 기준 다날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560억원 규모지만 단기차입금도 485억원에 달해 결코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다날 그 자체로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이자보상배율과 현금비율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이자보상배율(0.58배)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현재의 수익 구조로는 금융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채무 상환 능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추가적인 이자 부담이 발생하면 현금 유출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다날의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이 저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다날은 지난달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보증채무금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지배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날 최대주주 박성찬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 1210만5005주 중 1134만6434주를 담보(93.7%)로 잡고 8건의 대출을 실행한 상태다. 한국증권금융 외에는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4곳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보유지분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다날은 작년부터 주가 약세가 심화해 반대매매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일반적인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 담보유지비율인 140%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대출을 유지하기 위한 다날의 주가는 최소 3500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다날의 주가는 3000원 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결국 8건의 대출에 대한 담보권이 모두 실행될 경우 박 회장의 보유 지분은 1.10%에 불과하게 된다.
믿었던 페이코인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페이코인은 다날이 발행하는 결제용 가상화폐로, 수년 전 금융당국의 제재로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뒤 해외 결제 사업에만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난 21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연계해 다시 국내 실물 결제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발표된 21일 다날의 주가는 오히려 3%대 하락했으며, 이날도 1%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페이코인이 작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재상장했을 당시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더 이상 다날 투자자들이 페이코인 사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페이코인의 복귀에 대한 실감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향후 다날의 실적 개선, 리스크 해소 등 분명히 눈에 띄는 노력을 하는 것이 주가 부양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