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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투, 1440억 유증 후 ‘기대와 우려’…‘대박 투자’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5 14:38

유동성 개선 기대 속 RCPS 상환 부담 리스크 부각

2026년 보호예수 해제 후 주가 변동성 가능성

미국 의존도·관세 변수…해외 확장 성과가 관건

실리콘투 CI

▲실리콘투 CI

실리콘투가 144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확장과 재무 안정화에 나섰다. 단,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부담, 보호예수 해제 후 오버행 가능성, 미국 시장 의존도 등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결국 이번 유증이 실질적인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지가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리콘투 주가는 2월 들어 13% 가까이 상승 중이다. 이날은 비록 하락 마감했지만, 지난 21일과 24일에는 각각 7.30%, 6.36%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주목받고 있는 점을 볼 때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의 주가가 오름세를 띠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작년 실리콘투의 호실적을 예상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218% 오른 152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7% 오른 2232억원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실리콘투는 국내 사모펀드 글랜우드크레딧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실크투자목적회사에 144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증에서 발행하게 될 주식은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식(RCPS) 440만4344주로, 발행가액은 3만2695원이다. 이 중 940억원을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장에, 5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증으로 글로벌 물류망 확장을 통해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K-뷰티 시장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이번 자금 조달로 인해 부채 비율이 감소하고 유동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실리콘투의 유동비율은 기존 140.1%에서 218.3%로 상승하고, 부채비율은 87.1%에서 39.3%로 하락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유증이 RCPS 형태로 발행된다는 점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실리콘투의 경우 오는 2028년 3월 20일부터 2035년 3월 20일까지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향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상환가액은 발행가(3만2695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1%를 더한 금액으로 설정돼 있다.


더불어 이 RCPS는 2026년 2월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즉 약 1년 뒤 투자자가 주식을 전환해 매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오버행이 발생할 경우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이번 유증으로 실행하게 될 투자가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다. 실리콘투는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805억원의 투자 지출이 발생했으며, 이번 유상증자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단 이번 유증에서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활용될 940억원의 용처는 아직 미확정된 상태로 남아있다.


실리콘투의 주요 매출처가 미국이라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차후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높인다면 실리콘투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실리콘투의 매출 20%를 차지하는 주요 매출처 3개사가 모두 미국 회사였다.


결국 1440억원의 유증이 '대박 투자'가 될지, 재무 부담으로 남을지는 향후 중동·멕시코 등 해외 네트워크 확장 시도 성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리콘투는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상품이 뛰어난 중소 인디 브랜드들을 대신해 재고 리스크를 지기에 유동성 관리가 핵심 사업 역량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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