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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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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① ‘전체 주주’ 이익 공평 대우 ‘첫 걸음’…난항은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5 13:45

野 단독 강행에 좌초위기 넘고 첫 문턱…최종 입법까지 험로

“주주 권익 보호 위한 '필수 조치'…자본시장 신뢰 회복 기대"

“기업 부담 가중 우려 속 주주 친화정책 가속…시장 영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국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경제가 이번 상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과정과 의미, 한계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국회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주도로 추진돼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무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결국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모든 주주 이익의 공평성'을 외쳐온 이들은 환영과 함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여권과 경제계의 반발이 큰 만큼, 최종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24일 의결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보호 강화에 초점을 뒀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초 야권의 당론 채택안에 담겼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등 나머지 조항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19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경제계의 강한 반발과 여당의 반대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었다. 이후 정국이 변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고, 결국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26일 법사위 전체회의 심사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권과 경제계의 큰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고되면서 최종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의 등 경제 8단체는 24일 “글로벌 경제전쟁이 심화되고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는 것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여권은 소액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경제계의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이어지는 '정책 시도' 경영 부담도 있지만 '韓 주식 밸류업 모멘텀'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상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로 국내 주식시장 밸류업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폐지 기준 강화와 오는 3월31일 공매도 재개 등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적 시도를 이어가면서 기업 밸류업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계와 여권이 우려하는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주주가 이사 충실의 의무 대상에 포함되면 기업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커지면, 기업이 미래 성장에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금이 축소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결론적으로 주주 친화적 경영 유도가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점은 밸류업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주주행동을 지원해온 플랫폼 '액트(ACT)' 운영사 컨두잇은 상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개정안이 반드시 최종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상법에서 개정하는 내용은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원칙' 만을 다룬 것이므로 이번에는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2009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태준 컨두잇 소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해 “200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판결 당시, 대법원이 '회사'의 이익을 '기존 주주(타 계열사)'의 이익과 다른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로 인해 '회사 전체에 큰 이익이 된다면 일부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가도 괜찮다'는 아주 잘못된 해석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 개정은 이를 바로잡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 소장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라는 부분"이라며 “이사가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점도 의미 있지만, 회사 전체차원에서 이익이 된다면 일부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부분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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