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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계량기. 연합뉴스
전기, 가스 등 필수에너지 사용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 '공익서비스비용 지원'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특혜성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일찌감치 에너지 산업이 대부분 자유화, 민영화된 유럽 및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필수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연구원이 '유럽 에너지시장 변화와 에너지요금 영향'을 주제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 7일 기준 미국의 헨리허브(HH)가격, 동아시아 현물(JKM)가격, 유럽의 천연가스(NBP) 가격은 각각 mmbtu(영국백만열량단위)당 9.3달러, 22.2달러, 17.4달러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7%, 100.6%, 89.6% 상승한 가격이다. 또한 2년 전인 2020년 6월 8일과 비교하면 HH, JKM, NBP가격이 각각 419.5%, 980.5%, 8503%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료비 폭등에도 당시 에너지 위기를 더욱 극심하게 겪었던 독일, 프랑스, 영국의 2022년 10월 소매가스가격은 각각 kWh(킬로와트아워)당 각각 19.9센트유로, 13.4센트유로, 11.0센트유로로 에너지 위기 전인 2020년 10월 대비 각각 3.3배, 2.1배, 2.6배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27개국 평균 소매가스가격은 2.7배 상승했다. 소매전기요금도 같은 기간 동안 유럽연합 27개국 평균 1.9배가 상승했다.
원료비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소매가격과의 차이(갭)는 정부에서 지원했다.
브뤼겔 연구소가 유럽 각국의 지원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독일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1142억7500만 유로를 지원했다. 그 중 917억 유로를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에 지원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1033억2000만 유로를, 프랑스는 879억 유로를 각각 가계지원했다. 유럽의 가계지원은 대체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돼 약 70~90%의 지원액이 보편적으로 지급됐다.
유럽에서는 전체적으로 에너지 위기 대응에 총 7580억 유로를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대규모 재원마련에 활용된 방안은 횡재세 도입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라는 분석이다.
일본도 유럽과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대책으로 2023년 1월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보조금을 지원했다. 2023년에는 각 가정의 전기·가스 요금을 18% 억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같은 목표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3년도 전기요금 경감에 2조4870억엔, 도시가스요금 경감에 6203억엔의 예산을 배정하고 대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2024년 11월부터 중단했던 전기·가스 요금 경감은 올해 초에 재개했다.
우리나라 사정은 유럽, 일본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공급되는 에너지 가격 또한 상승했지만, 적절한 원가반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가스 공급사인 한국가스공사는 수조원에 미수금을 떠 안게 됐다.
현재 국내 민수용 도시가스 공급 부문에서 발생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속 증가해 2024년 9월 기준 약 14조원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가격 인상분만큼 국내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거둬들이지 못하고 미수금으로 쌓여있는 형국이다.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수금 중 특히 가정용 가스 사용에서 발생하는 부분을 사회적 적자로 규정하고, 그 상당 부분을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유럽과 일본의 경험을 검토하면, 에너지 위기 시 정부의 지출 규모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유럽 각국은 전력과 가스 산업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다양한 기업 지원 및 가계 지원 정책을 펼쳤다. 일본도 대부분의 에너지 산업이 민영화된 상황에서 가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실장은 “반면 우리나라는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에 에너지 위기의 비용 부담을 전담하고 정부는 아주 제한적인 조치만을 취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안은 에너지 부문에 필수공익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그로 인한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