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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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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투자수익·건전성’ 발등의 불 [기준금리 2%대 재진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6 18:43

한은, 기준금리 2.75%로 0.25%p 인하
자산운용 수익률·지급여력비율에 악영향

자금 확충에 자본성증권 발행 러시 예고
이자 부담 추가…“회사별 운용력 중요”

보험사.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보험사마다 건전성 방어를 위한 자본확충 러시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투자이익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마다 건전성 방어를 위한 자본확충 러시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따르는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종전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인하했다. 기준금리의 2%대 진입은 지난 2022년 10월(2.50%) 이후 2년 4개월여만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자산 투자 효율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대체 자산 수익률이 줄어들면 전체 수익률이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의 경우 다시 고금리를 매겨 계약자들에게 환급금을 지급해야하는데, 투자수익률로 얻는 이익이 이 금리보다 하회할 경우 역마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시장금리가 3.5% 이하로 내려가면 역마진 구간에 접어들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생보업계 전반은 현재도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40%로 당시 기준금리인 3.00%를 소폭 웃도는 수준을 나타냈다. 회사별로는 전체 생보사 22곳 중 7곳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운용자산이익률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생명이 1.90%를 기록한데 이어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NH농협, DB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2.8~2.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까지 생보사 22곳의 투자수익은 전년 동기 45조8656억원보다 3.80%(1조7403억원) 감소한 44조1253억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시장금리(국고채 3년물)는 3.84%에서 2.87%로 0.97%p 하락했다. 회사채(AA- 3년물)금리는 4.60%에서 3.45%로 1.15%p 내렸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악재다. 시장 금리 인하가 보험부채 증가를 가져오면서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이 하락한다. 킥스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의 현재 가치가 증가하지만 부채의 만기가 더 길어 결과적으로 부채 증가로 인한 가용자본 축소, 요구자본 증가를 불러온다. 업계는 시장금리 10bp(0.1%)p 하락 시 킥스는 2~3%p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두발언 하는 이창용 총재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0.25%p 인하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문제는 올해 최대 2~3회의 금리 추가 인하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며 “올해 2∼3회 인하 전망은 금통위 가정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험손익이 하락한 회사들의 경우 투자손익 부문에서 실적 악화를 방어한 만큼 이런 흐름이 향후 업계 전반에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보험손익이 전년 대비 62.6% 줄어든 542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도 전년보다 22.2% 감소한 5065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투자손익은 각각 104.6%, 332.2% 큰 폭 늘었다. 신한라이프도 전년보다 135.4%의 투자손익 증가를 이뤄 세 자릿수 성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보험 영업 체력 악화와 각종 변동성 노출로 보험손익이 크게 하락했지만 투자손익에서 이를 상쇄한 것이다.


업계는 이미 지난해에도 금리인하와 계리가정 변경 등 영향에 킥스 급감이 나타났기에 추가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년말 대비 삼성생명은 39%p, KB라이프는 64.5%p, NH농협손해보험은 141%p 급락했다.


이때문에 보험사들은 올해도 자본성증권 발행을 적극 검토하는 등 황급히 추가 자금 확충안을 모색 중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 발행을 결정한 상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해상도 내달 최대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KB손해보험과 NH손해보험도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도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인해 감당하는 이자비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점은 또다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자본성증권은 후순위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투자수익 측면에서 불리하지만 반대로 채권 투자를 늘려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며 “채권 평가이익을 높이는 한편 고수익 자산을 찾는 운용 역량과 건전성 관리 능력이 각사마다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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