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개월 투자자예탁금 추이
투자자예탁금이 다시 55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시대기자금이 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훈풍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심 개선을 통해 증시대기자금이 증시로 투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기준 55조21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19일 55조1173억원을 기록한 이후 소폭 감소했다가 6거래일 만에 다시 55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3개월 투자자예탁금 추이 역시 변동성은 큰 편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상 우상향 추세다. 지난해 12월2일 52조3358억원이이었던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달 4일 58조2371억원까지 올랐다. 이후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도 87조4127억원으로 8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7일에는 이보다 더 많은 88조479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자금으로 증시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인 CMA도 증시대기자금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들 대기자금은 통상적으로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마땅한 투자처는 찾지 못했지만 증시 상승을 향한 기대심리는 높아 투자금을 거두진 않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1년 새 각각 5.67%, 19.87% 하락했을 때 투자자예탁금은 51조원대로 급감한 바 있다. 반면 올 들어 코스피는 5.1%, 코스닥은 7.5%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국내 증시 부진에 미국 등 해외주식으로 떠났던 투자자들이 코스피가 2600선을 돌파하는 등 반등하고 코스닥 시장이 개선되면서 다시 국내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등 불안 요소가 남아있어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당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대기자금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공개(IPO) 시장 훈풍도 꼽힌다. 투자자예탁금과 CMA는 대어급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청약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늘어났다가 청약 종료 이후 급감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CMA의 경우 입출금이 자유로워 공모주 청약 전 청약증거금을 맡기는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CMA를 통해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면 증권사에서 이 자금을 국공채나 기업어음(CP)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만들어낸다. 단 하루만 자금을 맡겨도 수익금을 추구할 수 있고 원할 때 언제든 자금을 뺄 수 있다.
최근 위너스, 엘케이켐 등 신규 상장 새내기주들이 상장 당일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위너스는 상장 당일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고 지난 25일 코스닥에 상장한 엘케이켐은 공모가 대비 2배 상승하며 '따블'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두 새내기주가 '따블'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IPO 시장 투심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7곳의 상장 당일 평균 수익률은 115.9%에 달했다.
오는 5일과 6일 1조원 대어급 서울보증보험이 일반 청약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최근 증시대기자금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날 공모가 희망 밴드 하단인 2만6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확정 공모가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공모 금액은 약 1815억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LG CNS 상장을 전후로 IPO 기업들의 상장 이후 수익률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수의 조정과 함께 IPO 기업들의 상장 이후 수익률도 부진한 흐름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한다면 최근 보였던 증시 반등은 분명 신규 상장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