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가 인하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오히려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불황형대출'로도 불리는 보험계약대출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실린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대출금리가 오히려 상승 추이를 보이는데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수용률도 낮아지고 있어 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과 역행…보험사 가계대출 금리, 최대 5%대 후반
10일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의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이하 주담대) 금리는 4.62%~5.69%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전월과 비교해 0.06%~0.18%p 상승한 수치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내려가고 있다.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4.36%~4.88% 수준으로 전월 대비 평균 0.124%p 하락했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하락에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25일 2.75%로 이전 3.00%에서 0.25%p 낮아진 상태다. 금리는 지난해 8월 3.50%까지 올랐다가 같은해 10월과 11월 3.25%에서 3.00%로 각각 내렸다. 올해 1월까지 3.00%를 유지하던 금리는 지난달 또다시 인하하며 선명한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과 비교할 때 보험업권은 이에 역행하는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의 1월 주담대 금리가 4.79%로 전월 대비 0.04%p 상승했다. 동양생명과 푸본현대생명도 각각 0.09%p, 0.08%p씩 금리를 올렸다.
보험사의 무증빙형 신용대출 금리 전반도 올라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DB손해보험의 신용대출 금리는 10.57%까지 치솟기도했다. KB손해보험과 흥국화재도 각각 9.35%, 9.29%로 올리면서 10%를 육박하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미래에셋생명이 10.4%를 기록해 생보업권 내 가장 높은 신용대출 금리를 보이고 있다.
무증빙형 신용대출 금리는 손보사 중 DB손보·현대해상·KB손보·흥국화재가 인상했고 생보사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이 0.10%p대, 흥국생명이 0.55%p 큰 폭 인상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의 경우 청구가 늘어나는 와중 수용률은 낮아지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생보사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가계대출·기업대출 포함)는 전년 동기 4만3302건과 비교해 17.7%(7659건) 증가한 5만961건을 나타냈다. 이 중 수용건수는 56.26%인 2만8672건이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하반기 68.93%대비 하락한 수치다. 당시 생보사는 4만3302건의 신청건수 중 2만9850건을 수용했다.
금리 기준에 물음표…취약차주 부담에 고신용자도 불만

▲현재 보험사의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이하 주담대) 금리는 4.62%~5.69%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하락에도 보험사 대출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면서 저신용자에 금리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수용률도 낮아지면서 차주의 가계 상황 악화가 내수 부진이라는 연쇄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1금융권의 대출 조이기 영향에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 이를 이용하는 차주가 가파르게 늘어난 상황이다. 보험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1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 대비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아 이들에게 금리 부담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취약차주의 부담 증가 외에도 고신용자의 고금리 부담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밀려난 결과 보험사 대출을 이용 중인 고신용자들 역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권은 은행과는 달리 취약차주가 다수 이용하기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책정하기도 하고, 또한 시중금리에 연동해 쉽게 내리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금융권인 만큼 시중은행과는 다른 논리로 대출정책을 운영한다"며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시중금리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반영하기까지 시간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수용률의 경우 신청 건수가 늘어난 데 반해 실제 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당국의 대출관리에 의해 2금융권과 보험계약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려면 차주의 승진이나 급여인상 등 대출을 일으킬 당시보다 신용상태가 개선돼야 한다. 관계자는 “접수가 많았던 것에 반해 실제 조건이 되는 차주가 많지 않았을 수 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 시 과징금·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취약차주 부담 증가는 고려하지 않고 이익을 취한다는 논란을 피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차주 입장에서 보험사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올라서, 내리면 '리스크 대비 차원'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금융환경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그대로 대출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라며 “반대로 조달 부담이 축소됐을 때 올렸던 금리를 곧바로 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익을 취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