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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 회장, 사재 2조원 출연해야”…전단채 투자자 ‘울분’ 한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7 14:21

17일 국회서 전단채 투자자 긴급간담회 “원금 돌려달라"

“신용등급 하락하면 회생? 듣도 보도 못한 사기 행각"

국회 칼날 김병주 '정조준'…“법적 책임 낱낱이 물을 것"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하은 기자]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하은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고의성 '부도 행위'다. 부채를 단번에 털어버리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 수많은 국민과 증권사, 투자자들의 뒷통수를 치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악질적인 수법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우리 돈은 홈플러스가 상거래를 잘 하도록 지원해준 '상거래채권'으로 조속히 돌려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홈플러스 ABSTB 비상대책위원회와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이 함께 주최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ABSTB 구조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해 규모를 공개하며, “ABSTB는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이라고 입을 모았다.


ABSTB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유사한 형태로, 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단기 채권이다. 보통 6개월 이하 단기물로 발행되며, 매출채권 등 담보로 유동화해 발행된다.


투자자 주장대로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면, 협력사들과 동일한 변제 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원금보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려 원금 회수조차 어려워진다.




간담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의도된 사기행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와는 별개로 ABSTB 판매사인 증권사들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적은 이자라도 받기 위해 10여억원을 투자했는데, 당장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가입 당시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내려가도 회생절차에 들어간다거나, 원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홈플러스는 지금도 장사를 하는데 왜 돈을 빌려준 우리는 길거리에 내몰려야 하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투자자 C씨는 “증권사 PB가 '현대카드가 100% 보증하고, 홈플러스가 망해도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하면서 가입시켰다"며 “홈플러스 회생신청 당일 전화했더니 우리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금융상품은 'R'로 표시하는데 우리가 투자건 건 'R'이 아니다라고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씨는 “제일 안전하다고 해서 45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받은 퇴직금을 투자했는데, 이 자금은 자녀 결혼 자금으로 쓸 생각이었다"며 “이제 자녀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울분을 표했다.


“회생 진정성은 김병주 사재 규모로…법적 책임 무거울 것"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이 또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황인성씨는 “70세 나이에 3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 전부를 넣었다"며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회생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회장이 모든 채권자에게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언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믿을 수가 없다"며 “무담보로 채권자 등록도 못한다는데 이건 생각도 못해본 명백한 사기"라고 일갈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투자자들의 주장에 대해 공감과 함께 피해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신장식 의원은 “전단채 채권 액수를 최소화해서 보더라도 4000억원이 넘고 CP 등을 합치면 6000억원이 넘는다"며 “MBK는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만 반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상절차가 가장 짧았던 웅진도 2개월이 소요됐는데, MBK는 단 5일 걸렸다"며 “신용등급 하락을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면 김병주 회장은 형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BSTB는 언뜻보기엔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홈플러스가 지급 시기를 늦추기 위해 금융기법을 쓴 것으로 본질은 상거래채권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 의원은 또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 의향을 발표했는데, 소상공인 채권으로 한정한 것과 대략적인 규모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상거래채권 여부를 떠나 총 사재출연 규모에 따라 문제 해결 여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규모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2조원 정도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며 “회생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김 회장의 재원 규모가 이정도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병주 회장은 18일 열릴 예정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아 국회의원들의 질의 사항에 대해 충실한 답변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국민 앞에서 피해 규모와 구제 방안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공개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일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 김병주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여야 합의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형사·행정적 책임을 묻고 필요하면 MBK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를 다시 준비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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