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저축은행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 6.55%대비 1.97%p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영향으로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지난 2년간 자구노력으로 부실 자산을 큰 폭으로 줄여가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자본 비율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이에 꾸준히 손실을 기록해 왔던 당기순이익도 점차 플러스 구간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축은행 건전성 연체율·NPL 악화에 아직도 먹구름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평균 연체율이 8.52%로 전년 말 6.55%대비 1.97%p 상승했다. 이는 지난 9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6%로 전년 말(7.75%) 대비 2.91%p 상승했다.
연체율 급등에는 기업대출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12.81%로 직전년(8.02%) 대비 4.79%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53%로 직전년 5.01% 대비 0.48%p 하락했다. 기업대출은 부동산PF 대출 등 부실 채권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높은 편이다.
업계는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 및 거래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 부정적 영업환경 지속으로 매각 및 상각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 펀드 동원 등을 통해 연체율을 줄여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채무자의 상환 능력, 타 업계와의 조율 여부에 따라 부실채권 축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회는 연체율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이어온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실채권 매각·상각 규모는 6조원으로 전년 말 3조8000억원 대비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21일 진행한 실적 설명회에서 “2022년 말경 부동산 관련 총자산은 PF와 브릿지 관련 자산이 26조원에 달하는 숫자를 가리켰지만 지난해 말 13조원 수준이 됐다"며 “지난 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부실자산이 절반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연체율의 경영안정성 지표는 금융당국의 최소 요구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02%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14.35%) 대비 0.67%p 증가했다. 법정기준 BIS비율은 자산 1조원 이상 8%, 1조원 미만 7%로 현재 업계는 2배 수준이다.
보수적 여신운용과 적극적인 매·상각 등 위험가중자산 감소를 이어온 결과다. 증자 등 자본확충으로 지난 2023년 말 대비 상승했다. 오 회장은 “BIS가 떨어지고 연체율이 높다면 위험수위로 볼 수 있으나 연체율이 올라가더라도 자본 비율이 높다면 향후 위기 시 자본을 감소시켜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크기 때문에 현재 자본안정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자금 우려'엔 선긋기…“올해도 부실 털기에 전력 다할 것"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업계는 유동성 비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동성비율은 181.92%로 법정기준 100% 대비 82.92%p 초과했다. 자금 변동성에 대비해 법정기준을 웃도는 여유분을 보유한 결과다. 중앙회는 가용유동성 또한 수신규모의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리스크 발생 시에도 개별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3.23%로 법정기준 100% 대비 13.23%p 초과 중이다. 충당금 적립률은 현재 모든 저축은행이 법정기준을 초과해 적립하고 있다.
오 회장은 “수도권 은행의 경우 비대면 예금이 많은데, 이는 해약에 대한 예측이 불가해 자금을 여유롭게 두는 편이다"며 “업계는 이 역시 비용에 들어가기 때문에 향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유동성을 축소할 수 있고 손익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지난해 3분기부터 업계가 적자 구간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2년 연속 적자로,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97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말과 비교해 1784억원 손실을 줄였다. 수신금리 하향 안정화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와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의 영향이다.
오 회장은 지난해 3분기엔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 이후 손실이 200억원가량 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3분기에 약간의 흑자가 났고, 4분기도 잠정 실적 기준 BEP(손익 분기점)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실액이 늘어난 건 당국의 충당금 추가 요청에 따라 4분기에 충당금 400억원가량 더 쌓은 결과"라고 말했다.
업계는 연말까지 플러스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 회장은 “부동산 부실 관련 자산이 30조원 수준인데 반해 업계가 쌓아둔 충당금 평균 수준이 30%"라며 “실질적으로 작년 상반기쯤 마이너스는 끝난 것 같다. 이자비용 저감과 리테일 강화 등은 향후 플러스 요인으로, 연말까지 이런 추세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자본안정성을 바탕으로 올해 연체율 저감을 위해 부실자산 정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선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해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