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삼성전자가 5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선을 회복하며 주가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외국인 순매수가 맞물리며 상승 흐름을 탄 것으로 보인다. 단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정 여부와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4% 하락한 6만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최근 삼성전자 주주들의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 한 주(3월 17일~21일) 동안 주가가 11%대 상승한 끝에 '6만전자' 고지를 탈환했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6만원대에 거래된 것은 작년 10월 15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해당 시기 나타난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최근 수개월 만에 반등하거나 반등 신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도 작년(111조660억원) 대비 소폭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BNK투자증권 기준 118조6470억원)
그런 가운데 숙원이던 엔비디아 향 HBM 공급 기대감도 다시금 커진다. 최근 엔비디아의 GTC 2025 행사에서 AI칩 수요 증가가 발표되며 HBM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산 GDDR7이 탑재된 제품에 친필 서명을 남기는 등 우호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희망적인 경우 상반기 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고 3분기경 납품을 시작하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 19일 있었던 주주총회에서도 삼성전자 경영진의 '위기감'이 엿보였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부터 '초기 시장 대응 미흡'을 언급하며 실책을 인정,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한 점이 눈에 띈다.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도 사과에 나섰다.
이에 주가 부양에 가장 중요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이 반응한 것이 결정타였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졌으며, 해당 기간 합산 순매수 1위(1조9778억원) 종목이기도 했다. 2위가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K하이닉스면서 순매수량도 크게 차이 나는 만큼(4129억원)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크게 바뀐 점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HBM 시장 확대 등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봐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지난주 미국 모건스탠리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도 대부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원대로 유지하는 중이며, 하나증권은 8만4000원으로 보고 있다.
단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주가 부진을 가로막았던 리스크 자체는 전혀 해소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 산 HBM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가 아직 확정 사항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에도 삼성전자는 테스트 통과를 자신했다가 연달아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시장 경쟁력 약화를 보였다. 주가 8만원에서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탄 것도 이 영향이 크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판가 상승이 6월까지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기간 내 퀄 테스트 통과에 실패할 경우 기대감으로 올랐던 투심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이슈도 있다. 아직 한국산 반도체에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향후 언제든 미국향 수출 물량에 큰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여하는 등 행보를 보이는 것도 백악관에 불만거리로 비칠 수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산업은 반등 기대감이 생기는 초기 단계로 보인다"며 “2025년 2분기부터 DRAM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겠지만, 본격적인 반등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