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3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기위원회는 지난 28일 제310차 회의를 개최하고 전력직접거래와 관련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지난 1월에 처음 상정됐으나 보류됐고, 2월에는 상정이 되지 않았다. 기존 전기사업법상 전력직접거래를 신청한 기업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직접거래를 신청한 기업들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이후에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시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전력직접구매 제도는 소비자가 전력시장에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전기사업법 제32조 '전기사용자는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전기사용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대통령령의 기준은 수전설비용량이 3만킬로볼트암페어(kVA) 이상이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03년 신설 이래 참여 실적이 전무했다. 그동안 직접구매 단가가 한전의 소매요금보다 비싸다 보니 신청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2년부터 계통한계비용(SMP) 급등으로 산업용 소매요금이 잇따라 인상됐고, 석유화학 업황이 어렵게 되자 SK어드밴스드가 경영 개선을 위해 첫 직접구매를 신청했다. SK어드밴스드의 지분 절반 이상이 해외자본이라서 대부분 경영진이 외국인이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위는 전력직접구매의 참가 기업 의무 조항이나 계약 기간, 한국전력의 망 사용료, 각종 정산금 가격 책정 등 세부 사항들이 오래 전에 만들어져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제도 전반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전력당국의 보완을 거쳐 다시 상정하자 이번 심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소비자가 전력직접구매를 통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구매할 경우 적용되는 판매 단가는 전력량요금(SMP 연동), 용량가격, 부가정산금, 송배전요금 등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용량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돼 있고, 전력시장의 여러 정산금들도 반영이 안 돼 있어 규정들을 현행화 했다"며 “지금까지 전력시장 제도는 여러 차례 개선이 있었지만 전력직접구매 조항들은 거의 수정된 적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규칙 개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서 이제 기업들은 전력거래소에 직접거래를 신청하면 한전의 산업용 전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전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K어드밴스드의 전력직접구매 첫 신청이 경영개선 효과를 보일 경우 산업계에서 우후죽순으로 신청이 이뤄져 전력시장 구조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전의 산업용 고객들이 그동안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지 않은 저렴한 요금을 사용하다 요금이 오르자 바로 이탈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과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