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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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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화학 살리기에 1조 넘게 투입했지만…구조적 한계 ‘뚜렷’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31 15:03

효성화학, 베트남법인 유동성 위기
계열사 간 매각으로 자본잠식 탈피
“체질개선·사업전략 재정립이 필요”

효성화학 CI

▲효성화학 CI

효성그룹이 자회사 효성화학의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그룹 역량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자산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효성화학의 유동성 확보에 나서, 자본잠식 해소와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단기 성과를 일단 거둔 상태다.


그러나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베트남 법인의 장기 부실이 지속되면서, 이번 구조조정이 결국 '돌려막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 투자나 신규 자금 유입 없이 내부 자산만을 순환시키는 방식의 한계가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효성화학 살리기에 그룹 내부 유동성 총동원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첫 구조조정 조치는 지난해 말 단행한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었다.




지난 2024년 12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고부가가스인 NF3(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형제회사인 효성티앤씨에 약 9200억원 금액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화학은 2024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이 딜의 결과 덕분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이어 지난 28일 효성화학은 울산 온산공단 내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인 ㈜효성에 1500억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양도를 통해 차입금 상환 등 재무안정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효성그룹은 자회사의 재무구조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실상 '내부 유동성'을 총동원했다는 평가다.


특수가스와 탱크터미널, 두 사업부 모두 그룹 외부가 아닌 내부 계열사를 상대로 매각됐다. 그 결과 총 1조700억원 규모의 자산이 그룹 내에서 순환되는 셈이다.


베트남 법인 고질적 부실 심화부터 해소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효성화학의 핵심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베트남 법인의 고질적 부실이 있다.


효성화학은 2018년 베트남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 'Hyosung Vina Chemicals'를 설립하고 폴리프로필렌(PP) 및 탈수소화(DH) 설비를 운영 중이지만, 2022년부터 현재까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2024년에도 232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법인의 지속 운영을 위해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2060억원을 출자하고, 5777억원을 대여했다.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법인에 투입된 자금은 약 7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PP 시황의 구조적 부진과 고정비 부담, 중국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서 단기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단기적인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개선은 가능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국 지주사와 계열사의 부담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효성화학은 옵티컬 필름과 식품·산업용 필름 사업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자산의 매각 대금이 20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구조적 사업위기라는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채 내부 자산을 순환시키는 '돌려막기'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유동성 확보 이상의 본질적 체질 개선과 사업 전략 재정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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