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 파인아일랜드 빙하 주변의 얼음 손실 모습. 극지연구소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불리는 '빙하의 붕괴'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해수면 상승, 홍수, 식량난 등 인류를 위협하는 연쇄 위기가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네스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975년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빙하 약 9000기가톤이 사라졌다고 경고했다. 이는 독일 면적에 해당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두께 25m로 녹아내린 것과 맞먹는다.
이번 보고서는 북극을 비롯해 알프스, 히말라야, 티베트 고원, 남미 안데스 등 거의 모든 대륙의 빙하가 가속적으로 소실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년간 450기가톤의 빙하가 녹았다는 분석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기후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는 저지대 해안 국가들의 침수 위협으로 이어진다. 유네스코는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극심한 홍수 피해를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빙하는 강과 호수에 물을 공급하는 '지속 가능한 수자원' 역할을 해왔지만, 이 기능이 약화되면서 농업용수 부족과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히말라야나 안데스 같은 고산 지대에서는 빙하 수계에 의존하는 수억 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빙하의 급속한 붕괴를 지구가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증거로 본다. 한번 녹아내린 빙하는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빙하가 줄어들수록 지구는 태양광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 속도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해석이다.
특히 티베트 고원은 '제3의 극지방'으로 불리며 아시아의 수자원 원천 역할을 하고 있어 이 지역의 빙하 감소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전반에 걸친 수자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겨울철 이상고온 등 기후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농업, 에너지, 도시 인프라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실질적 수준으로 강화하고, 국민적 인식 제고와 지역별 대응력 강화를 위해 기후위기 교육과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 적응 인프라 구축을 통한 침수 방지, 식수 확보는 물론 고온 대응기술 등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국제 '기후공조' 강화를 바탕으로 주변국과의 수자원 공동관리, 극지 연구협력 등 다자간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빙하 붕괴는 수치와 그래프를 넘어선 눈에 보이는 기후위기의 증거"라며 “우리가 지금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와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의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추워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기후 생명줄'이 끊어지고 있다는 절박한 경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