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기령

giryeong@ekn.kr

김기령기자 기사모음




[에너지X액트: 주총 리뷰②] 경영진 교체·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총 흔든 소액주주의 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8 07:00

집중투표제 도입·이사진 선임 등 다양해진 주주제안
율촌화학, 감사위원 선출 막아…이사진 구성에 영향

[편집자주] 올해 주주총회 시즌은 예년과 달랐다. 주주제안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집중투표제 도입,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들이 통과됐다. 과거 대주주의 독무대였던 주주총회는 이제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경영진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는 '주주가 주인인 무대'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경제는 올해 주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해진 소액주주의 존재감을 되짚어보고 그 변화의 배경과 의미를 찾고자 한다.


소액주주

▲과거 기업 경영에 소극적으로 개입했던 주주들이 올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더 적극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챗GPT

올해 주주총회의 가장 큰 특징은 주주제안 항목이 다양해졌다는 것.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국한됐던 주주제안 안건들이 이제는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 등으로 확대됐다. 밸류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주주들도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기업에 원하는 걸 요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 영향력 행사 가능해져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관련된 안건이 총 34건 상정됐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전자 의결권 행사 의무화, 주주가치 제고 계획 수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 주총의 뜨거운 감자는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였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여러 이사 후보에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독점 의결권 행사를 견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소액주주의 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집중투표제 도입은 안건 상정에 비해 가결 비율이 현저히 낮다. 오스코텍을 비롯해 코웨이, 영풍, 율촌화학 등이 올해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오스코텍만 집중투표제 의무화 안건을 통과시켰고 다른 곳들은 부결됐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주주 영향력 확대

아미코젠 주주총회

▲아미코젠이 지난달 27일 인천 연수구 아미코젠 배지공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김기령 기자

'경영진 교체'도 올해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소액주주들이 창업주 해임안을 가결시킨 아미코젠이 대표적이다. 아미코젠은 지난 2월 임시 주총를 열고 배임 논란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던 신용철 창업주를 해임하고 소지성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당시 주주연대는 이사진 대거 교체에 성공하면서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도 분기 배당과 감사 선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등의 안건을 상정, 가결시켰다. 의결권 찬성표는 총 54.06%로 주주연대 결집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소지성 아미코젠 총괄 부사장은 “주주 여러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아미코젠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하게 됐다"며 “오늘 모인 이 힘이 앞으로 1년간 아미코젠의 정상화와 도약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율촌화학도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사측 안건인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위원 선출 건은 막으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율촌화학은 집중투표제 등 대부분의 주주제안은 부결됐지만 감사위원 선출은 저지했다. 이로써 율촌화학은 감사위원 없는 감사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향후 감사위원 선출을 위한 추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이 불가피해진 만큼 소액주주와 사측이 또 한 번 대립할 전망이다.


거대 기업에 맞서기엔 아직 한계도 여전

다만 주주행동주의의 한계도 분명하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측에 비해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밸류업 도입과 상법 개정 이슈가 확대되면서 기업들도 주주들을 의식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31일 코웨이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지만 표결 결과 출석 의결권 수 대비 46.5%의 찬성을 얻어 부결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남우 사외이사 선임안도 주주제안했으나 이 후보자의 겸직 관련 논란이 일자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안건을 폐기했다.


KT&G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확히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가운데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 안건이 가결됐다.


정관이 변경되면 KT&G는 대표이사 사장은 1인을 뽑고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할 때는 1인의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 이사를 구분해야 한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가 배제되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집중투표제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에서 반대 의견을 권고한 사안이지만 결국 가결됐다.



0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