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경기도 고양시 한 등산로 입구에 '산불조심'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의 원인인 경우가 많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연합뉴스
산림청이 숲 가꾸기와 방화선 확보 등 산불 예방 대책을 강화하며 산림 관리 체계 재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침엽수 위주의 과밀한 산림 구조를 개선하고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목재 펠릿 등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 중이다. 산림청은 최근 숲 가꾸기 사업을 두 배 이상 확대하며 산불 대응력을 높이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친 가운데 산림의 과밀화와 침엽수 비율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불 피해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경북·경남·울산 등 지역에서는 산림이 울창하게 조성돼 있는데 침엽수림 비율이 높고 낙엽층이 두껍게 쌓여 있어 불이 급격히 번지기 쉬운 구조다. 이에 산림청은 적극적인 산불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산림 내 과밀 구조를 개선하고 방화선 확보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솎아베기와 방화선 확보 등 숲 가꾸기 작업을 거친 숲에서는 산불 확산 속도가 약 29% 감소하고, 공중에서 뿌린 물이 지표면에 닿는 진화 효율이 약 2배 높아진다"며 “산불 예방과 관리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역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산림청은 솎아베기 과정에서 나오는 목재를 원목이나 합판으로 우선 활용하고 이용이 어려운 부산물은 목재 펠릿 생산에 활용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경제성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림은 과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심각하게 황폐화됐었다. 1960년대 헥타르당 산림 축적량은 6㎥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후 정부는 속성 조림을 목표로 국토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빠르게 자라는 수종을 집중적으로 식재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산림 밀도는 헥타르당 176㎥로 약 29배 증가하며 국토의 약 63%가 숲으로 복원됐다.
다만 속도를 중시한 조림 정책의 결과로 침엽수 비율이 높고, 숲이 과밀화되면서 산불 취약성이 지적돼왔다. 전국 산림의 침엽수림 비율은 36.9%에 이르고, 산불 피해가 컸던 안동 지역은 약 52.9%로 평균보다 높다.
산림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침엽수와 활엽수를 혼합 식재하는 방식으로 산림 구조를 바꾸고, 산불 확산을 억제하는 내화수림대 조성도 병행하고 있다.
산불 대응 인프라 확충도 진행 중이다. 산불 시 인력과 장비가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임도의 밀도는 한국 평균 헥타르당 4.1m에 불과하지만, 산림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도 확충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임도가 부족했던 울주군 대운산 산불은 주불 진화까지 닷새 이상 소요됐으나, 임도가 잘 갖춰진 인근 화장산 산불은 하루 만에 진화됐다.
문화재와 민가 주변에 나무를 심지 않는 '이격 공간' 확보 역시 산림청이 강조하는 산불 예방 전략 중 하나다. 도산서원과 주왕산 대전사 등 주요 문화재는 산불이 번지기 직전 긴급 벌목 작업으로 피해를 막았다. 산림청은 주요 시설 주변을 중심으로 이격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숲 가꾸기 등 인위적인 관리가 자연적인 숲의 전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불 위험이 높은 현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종합적인 산림 관리 전략을 통해 산불 예방과 지속가능한 산림 복원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산림청은 “숲 가꾸기 확대, 다양한 수종 혼합 식재, 임도 확충, 문화재 주변 이격 공간 확보 등 다각적인 산림 관리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