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코스피 지수는 2023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2300이 무너졌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글로벌 통상 전쟁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는 2023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2300이 무너졌다. 이미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과열된 가운데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속도조절에 나설지 주목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0.9원 상승한 1484.1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0분께 1487.5원까지 급등했다. 작년 12월 27일 장중 최고가인 1486.7원을 넘어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코스피도 2300선을 하회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4.24포인트(0.18%) 내린 2329.99로 출발한 뒤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2300선을 하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기관투자자도 70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홀로 93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5.06포인트(2.29%) 하락한 643.39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968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837억원, 193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 추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 주요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과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충돌로 번지면서 투자자들은 앞다퉈 투매에 나서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을 상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추가 관세만 104%에 달한다. 미국의 관세 위협에도 중국은 굴하지 않고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반드시 끝까지 맞서겠다"고 응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추가로 반등할 만한 재료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많이 내려와 있고 대선 및 내수부양 기대감, 관세 협상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현 수준에서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상승할 이유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상승 추세의 회복은 관세 정책 축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로부터 시작한다"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엔 경기침체가 없었음에도 당시 트럼프가 협상/추가 관세, 희망/절망을 정신없이 반복하면서 증시도 조정기간을 거쳤다"며 “미중 무역분쟁은 피해 국가의 증시를 하락시킨 반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을 불렀고, 이번에도 그런 경향이 목격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환율이 연일 강세를 보일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통화정책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외환당국의 실개입 여부에 따라 환율 1500원선 진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전고점이라고 부를만한 레벨은 1514원, 1570원이 전부"라며 “환율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심리 과열, 외국인 자금 이탈도 문제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통화정책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속도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