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석탄화력발전소 전경. 환경운동연합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포함된 고탄소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GHG) 배출량이 2024년에 전년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는 EU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탄소배출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TS가 도입된 2005년 이후 해당 부문 전체 배출량은 약 5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U ETS는 전력 및 열 생산, 정유, 철강, 시멘트, 제지, 화학, 상업 항공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배출 허용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업들은 정해진 할당량 이상 배출할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감축하면 여분의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가격 신호를 통해 시장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 ETS의 핵심이다.
EU는 2023년 ETS 개편을 통해 배출 감축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기존 산업 외에 선박 운송, 건물, 도로 운송 등에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ETS가 재정비되고 있으며,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약 400억 유로(한화 약 58조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수익은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투자에 활용될 계획이다.
EU ETS의 성공 사례는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운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2015년부터 ETS를 도입해 운영 중이나, 배출권 가격 변동성과 산업계 반발로 인해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EU처럼 가격 안정 장치, 적용 범위 확대, 수익의 녹색 투자 활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통해 역외 기업에도 탄소 감축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ETS를 통한 내부 정비와 외부 압박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CBAM을 시행해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탄소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CBAM은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자원 수출 중심 국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대표적 자원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 정부는 EU의 단계적인 CBAM 도입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자국 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 탄소배출권 인증 시스템과의 연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유럽에 대한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회계 및 감축 노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EU의 탄소 정책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바꾸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부는 배출권 가격의 투명성 제고와 산업계 지원을 병행해 기후대응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산업 전략으로 삼아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