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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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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무너뜨린 MBK, ‘사회적 책임’은 언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0 14:06
김병주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출처/연합뉴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2025년 4월 포브스 발표에서 국내 자산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보유 자산 11조1000억 원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제쳤다. 김 회장의 자산은 2015년만 해도 8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10년간 자산이 13배 이상 증가한 배경에는 MBK의 공격적인 사모펀드 운용 전략이 자리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홈플러스 부동산을 분리해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 그 결과 약 3조 원의 자금을 회수했으며, 이를 투자자 수익 분배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해당 방식은 단기 수익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홈플러스의 중장기 경영에는 치명적인 부담을 남겼다.


홈플러스는 2017년 이후 임대료 부담 증가와 실적 악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기준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하며 위기설이 불거졌다. MBK는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를 인정했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후 엑시트'는 경영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를 지속한 점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협력업체들은 수천억 원 규모의 납품대금이 여전히 미정산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 중소 납품업체 대표는 “6개월 넘게 대금을 못 받은 채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피해도 심각하다. ABSTB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들은 최대 2000억 원 손실 위기에 처해 있다. 해당 채권은 상환 가능성이 낮아졌고, 유통 시장에서 40%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MBK는 최근 금융기관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며 사태를 확산시켰다. 요청 인하율은 최대 50%로, 일부 보험사와 리츠(REITs) 운용사는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이 상황이 유통산업을 넘어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달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출연 시점과 금액, 집행 방식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를 '면피성 발언'으로 해석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김병주와 MBK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는 구조"라며 도덕적 무책임을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 구체적인 사재 출연 계획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했다. 불이행 시, MBK와 김 회장에 대한 청문회 추진 및 법적 책임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최소 1조60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금액에는 납품대금 정산, 전단채 피해 보상, 신규 설비 투자 등이 포함된다.


김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그간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경영진과 투자자에게 분배했다. 김광일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파트너들도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원을 챙겼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나 경영 책임 이행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MBK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책임을 유보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본래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구조다. 그러나 MBK는 이익을 극대화한 뒤, 손실은 시장과 사회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언제쯤 '책임있는 자본가'의 모습을 보여줄 지 한국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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