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행사. 대선 경선 후보 8명(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나경원 의원, 양향자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안팎 악재로 흥행에 빨간불이 커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추대위원회가 출범, '한덕수 출마설'에 힘이 실리면서 김이 빠졌다. 경선 자체도 후보들의 '가짜뉴스', 인격비하 등 수준 이하 언행과 갖은 구설수까지 겹쳐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30분 8명의 후보 중 4명의 2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100% 국민 여론조사로 실시되는데, 역선택을 막기 위해 자당 지지자 및 무당파 성향 유권자들만 대상으로 조사한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후보의 컷오프 통과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나경원·안철수 후보가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안팎으로부터 '김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우선 당내 국회의원 절반이 지지하고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 측의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경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날 오전 '21대 대통령 국민 추대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을 국민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에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당대표와 고건 전 국무총리 등이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날 기자회견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부 변호사들을 불러 식사를 하는 등 '사저 정치'에 나선 것도 국민의힘 경선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 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보수 진영에서 '한덕수 카드'는 다른 후보들보다는 해볼만한 카드라 희망이 있다"며 “한 대행이 이르면 다음주 중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내 경선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 추대위 출범 소식에 “이재명과 단일화 추진이냐"며 “(추대위 구성원을 보니) 전부 민주당 인사들"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도 “한 대행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않다. 정말 대선에 나서고 싶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 정식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철수 후보도 “국민의힘에 그렇게 인물이 없냐"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수혈'이 아니라 '반성과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경선 자체도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경선 자체가 탄핵 찬반 공방에 '반(反) 이재명' 선명성 경쟁 일변도로 흘러가면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격유형검사(MBTI) 자기소개', '밸런스 게임' 등 예능 요소를 도입하는 등 흥행을 노렸지만 개별 후보들의 막말과 인신공격 등만 논란이 됐다. 홍준표 후보가 지난 20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게 “키도 크신데 무엇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은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안철수-나경원 후보간 '뻐꾸기' 말싸움도 안팎에서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경원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페이스북에 “이게 당 대표 전당대회냐. 모두 대권은 포기하고, 당권만 노리고 나온 것 아니냐"고 자신을 비판하자 발끈해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그만하고 차라리 탈당해 안철수당 만들어 갈 길을 가라"고 반박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경선이 흥행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내란 혐의 윤 전 대통령을 끼고 간다는 것과 그다음에 경선 룰마저도 당원 중심으로 간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경선은 큰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