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이하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투자자에게 손해액의 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1년 5월 기업은행의 해당 펀드에 대한 손해배상을 결정했지만, 이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추가 검사를 통해 부실자산 액면가 매입 등의 신규 사실이 확인되면서 손해배상비율을 재산정했다. 금감원이 재분쟁조정을 개최해 배상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은 “늦었지만 재분쟁조정 약속을 지켜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측은 법률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안에 고객들에게 결과를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부실자산 액면가로 매입...기초자산 부실정황 확인"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기업은행과 신영증권의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투자자 2명에게 각각 손해액의 80%, 59%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1년 5월 분조위를 개최해 기업은행의 글로벌채권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을 64%로 결정했다. 글로벌채권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등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결과다.
이후 2023년 해당 펀드 운용사인 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추가검사과정에서 분쟁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규 사항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분쟁조정을 적극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23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 운용사 법정관리인과의 수차례 화상회의, 자료요청 등을 통해 해당 펀드 기초자산의 부실여부 규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금감원은 “검사 확보자료, 해외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부실자산을 액면가로 매입하는 한편, 부실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구조를 변경하는 등 해당 펀드 전체 기초자산에 대한 부실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후 해외당국 등에 판매시점에 디스커버리펀드 기초자산 전체의 부실여부‧규모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계속해서 요청했다"며 “그러나 올해 2~3월 자료 미보유, 보안 등의 사유로 자료 제공이 어렵다고 최종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하원 무죄 확정...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불성립

▲금융감독원.
여기에 올해 1월 9일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하고, 환매를 중단한 혐의로 기소된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 자산운용 대표와 임직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점도 금감원의 이번 분쟁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DLI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인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7~2019년 IBK기업은행 등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이후 환매가 중단돼 기업, 법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하지만 법원은 장 전 대표 등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이달 22일 기준 기업은행 잔여 분쟁조정 건수는 35건, 신영증권은 7건이다. 분조위 신청인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했지만, 기초자산의 부실여부나 규모를 확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이 없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은 기업은행과 신영증권의 대표사례 각 1건 모두 판매책임 원칙 위반에 따른 판매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신영증권 모두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투자목적, 투자경험 등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했다"며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하고 펀드 투자구조, 담보 여부, 연체율 등 중요 투자 위험정보에 대한 설명도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내부검토 진행 중...조만간 결과 안내할 듯
이에 기업은행과 신영증권에는 상품선정·판매시 내부통제 미흡,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공통가중비율을 각각 30%포인트(p), 25%포인트씩 공통 가산했다. 기업은행의 공통가중비율은 2021년 5월 분조위(20%) 대비 10%포인트를 올려 최대치인 30%를 적용했다. 신영증권은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등을 고려해 25%를 적용했다. 그 결과 기업은행은 80%를, 신영증권은 59%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분쟁조정은 분쟁조정 신청인과 기업은행, 신영증권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해야만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은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에 대한 재분쟁조정 결과는 금감원 분조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늦었지만 약속을 지켜준 이복현 원장, 변호사 시절부터 사모펀드 피해자들을 위해 애써주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기업은행은 내부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안에 고객들에게 결과를 안내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측은 “법률검토 등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고객들에게 결과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