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부진, 하반기 기대도 제한적
PF 리스크 지속, 우발채무 현실 가능성
매출채권 누적에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지난해 말 현재 건설사들의 매출채권이 지난 2020년 25조원에서 작년 말 46조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국내 건설업계의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매출채권 누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건설주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0.6%포인트(p) 하회했다.
주택주를 중심으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소폭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전체적으로 이어진 탓이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는 낮다. 최근 공시된 삼성E&A와 HDC현대산업개발, LX하우시스 실적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기성물량의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가 주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기성물량은 건설 현장에서 특정 기간 동안 실제로 시공이 완료된 공사의 양, 즉 공사의 진척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작년부터 착공이 감소(혹은 분양이 감소)해 매출액 감소, 원가 부담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하반기로 갈수록 마진이 상승하는지의 여부(올해 EPS, 주당순이익)와 부동산 공급 증가의 방향성(밸류에이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하반기에 대한 기대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화한 업황 부진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전반적인 분양여건이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유지한 서울·인근 수도권 지역도 지난해 하반기 대출 규제와 내수 경기 저하 등으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저조한 수요기반과 누적된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PF와 매출채권도 재무상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사들의 PF 부동산 보증 규모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장기 미착공 현장의 PF 전환·착공 지연 등으로 PF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한신평이 건설사들의 PF 보증 위험성을 분류한 결과, 수준이 '높음' 이상으로 나타난 규모는 13조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현장의 착공 전환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착공으로 전환되지 못한 브릿지론이나 착공 후 분양률이 저조한 비주택 현장을 중심으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매출채권의 경우 지난 2020년 25조원에서 작년 말 46조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실제 현금 유입이 늦어져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회수 실패 시 이를 감당해야 할 대손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을 감소시킨다. 이런 현상은 기업의 대출로 이어지는데, 부채 증가로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유동성 문제가 점차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올해 초부터 다수의 중소 건설사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며 “지방 건설사 위주의 신용위험이 점차 전국 기반의 상위권 건설사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중견 건설사도 조달여력의 한계와 유동성 부담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